‘치유 위한 숲’ 2년에 걸쳐 완성…함께 나누며 소통의 공간으로

▲ 환상숲 대표 이형철씨와 딸 이지영씨 모습.

마흔일곱에 뇌경색, 마음의 병까지 
사람 피해 숲 들어와 즐기다 회복
‘환상숲 이야기 만들기’ 딸에 SOS
SNS로 진솔한 가족 모습 보여주며
방문객들과 새 이야기 만들어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마련한 공간을 타인의 치유 공간으로 제공하고,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에 새로운 문화와 스토리를 입혀 공감과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가족농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서 곶자왈숲인 ‘환상숲’과 ‘환상숲농장’을 운영하는 이형철(58·아버지)씨, 문은자(58·어머니)씨, 이지영(30·딸)씨, 노수방(30·사위)씨가 그들이다.

이형철 씨와 이지영 씨 부녀가 대표·부대표로 운영되고 있는 환상숲과 농장은 지난 2010년 농촌교육장으로 선정됐다. 이 곳은 교육체험장, 실내교육장, 야외교육장 3곳, 한라봉 하우스, 체험숲 등이 조성된 곶자왈 숲공원이자 제주의 대표적인 농촌교육장 및 스타팜이다.

환상숲과 농장은 25년 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형철 씨가 1만여평(3만3058㎡)의 곶자왈 지대를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제주서부신협에서 25년간 금융전문가로 살아왔던 이형철 씨는 지난 2006년 뇌경색으로 신협을 그만두고 재활치료에 몰두하며, 자신의 치유를 위해 환상숲을 조성했다.

이형철 씨는 “11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말이 어눌해지고 팔,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꺼려져 47세라는 나이에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을 피해 매일 숲에 들어 앉아 있으면서 스스로 치유를 위해 숲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돼 2년에 걸쳐 조성한 곳이 이 곳 환상숲”이라고 설명했다.

환상숲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형철 씨의 몸은 정상으로 회복됐으며, 이를 계기로 원예치료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이형철 씨는 이 곳을 혼자 즐기기보다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외부인들에게 개방하는 한편, 숲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서울 지역아카데미에서 농어촌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던 딸 이지영 씨를 환상숲으로 불러들였다.
 

▲ 자연해설사인 이지영씨의 체험 교육 모습.


이지영 씨는 “처음에는 아버지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와 20여 일 동안 연구원들과 환상숲의 스토리 제작 작업을 했다”며 “이 곳에서 숲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생활의 행복과 여유를 느끼면서 이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삶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곳에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운영을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환상숲 이야기를 만든 당사자이기에 이 곳의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었던 이지영 씨는 자연해설사 과정을 이수해 본격적으로 사람들과 소통에 나섰다.

SNS를 통해 자신의 생활과 환상숲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환상숲을 찾은 사람들과 숲의 이야기, 생활 이야기 등을 나눠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이지영 씨는 “SNS를 통한 단순 알림과 홍보성 광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 보니 SNS을 통해 가족끼리 농사를 짓고 숲을 운영하는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들 속에 녹아 함께 얘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아버지 이형철 씨의 치유공간이자 사람들과 함께 얘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딸 이지영 씨의 의지 덕분인지 첫 문을 연 2011년 5000여명에 그쳤던 방문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5년 7만여명, 지난해에는 10만여명을 넘어서 올해 12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문자 수의 증가와 함께 환상숲과 농장 매출도 함께 증가해 지난해에만 4억여원의 소득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SNS와 입소문 그리고 재방문객 증가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f(x), 악동뮤지션 등 뮤직비디오와 미씽나인 드라마 등이 촬영됐으며, 피아니스트 이루마 9집 앨범 배경지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환상숲을 찾았던 방문객들이 먼저 환상숲을 배경으로 ‘해피바이러스’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팜파티와 콘서트장, 웨딩공간으로 활용되면서 곶자왈이란 자연에 새로운 문화가 입혀지고 있다. 이지영 씨는 “환상숲은 이 곳을 찾은 여러 사람들의 손에 의해 새로운 문화와 이야기가 입혀지고 있는 곳”이라며 “저는 단지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함께한 매개체일 뿐”이라고 말했다.

환상숲과 농장은 앞으로 이형철 씨 내외와 이지영 씨 내외의 가족 농사를 넘어서 이웃 및 지역과 함께하는 농사로 변모해 나갈 전망이다.

이지영 씨는 “환상숲과 농장의 새로움을 위한 장기프로젝트이자 지역 문화 알리기를 위해 3월부터 12월까지 29회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지역 초등학교 대상 환경 및 농장 체험 교육을 강화해 환경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아이들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형철 씨는 “환상숲과 농장을 운영하면서 세운 몇 가지 기준 중 하나가 가족은 물론 이웃·지역과 함께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곶자왈사람들이란 단체와 연계해 곶자왈 식생조사를 벌이기도 하고 인근 식당이나 숙박시설과 환상숲과 연계하는 등 욕심을 버리고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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