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중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전통적 경제이론에 의하면 생산의 3대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생산은 모든 경제행위의 기본이기에 생산을 위한 3대 기본요소는 시대가 변하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개념의 생산방식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개념과 해석에 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본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거래가능한 유형적인 자산으로만 해석되고 인식되었는데, 이제는 역사, 문화, 전통, 자연경관, 토착지식 등 무형의 자산이 포함된 유무형의 자산으로 해석되고 있다. 토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정된 토지에서 나오는 생산량 때문에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비료, 농약은 물론이거니와 토지규모를 늘려야지만 생산량이 증대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시설농업의 확대, 식물공장의 출현 등 토지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토지·노동·자본 새로운 개념 등장 

농업경제학 교과서를 새로이 써야할 상황이다. 그러면, 노동의 경우는 어떠한가? 시골이라고 분류되는 대부분의 농어촌지역의 고령화와 초고령화는 가히 심각한 지경이다. 기존의 논리대로라면, 고령화/초고령화로 인하여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져서 진작에 농업생산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기술의 진보가 고령화로 인하여 발생되는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여 왔던 것이다. 따라서 농지전용의 증가, 돈으로 대변되는 자본의 부족, 고령화/초고령화의 노동력 등 기존의 전통적 관념으로는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농업분야이고, 이에 따라 농업을 주소득원으로 하고 있는 농촌의 미래는 발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시야를 넓혀보면, 마음을 열어놓으면, 불가능이 가능이 되고, 부정이 긍정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생산의 3대 요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 새로운 모습의 농업발전계획, 농촌발전계획을 수립할 때가 된 것이다.  

농어촌 정책 남의 나라 베끼기 급급

지구촌의 주요 리더들은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업종 간 융합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예견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18세기의 ‘1차 산업혁명’부터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을 실현했던 19세기의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기술의 시대를 불러온 20세기의 ‘3차 산업혁명’까지 농업분야의 경우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 했던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살아오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아무리 넓은 농지를 갖고 있을지라도 농업후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농업분야는 어떠한가? 우리는 매 산업혁명마다 앞에 있거나 같이 하지 못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산업혁명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감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는 작금에서야 3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컴퓨터기술을 통한 자동화기술의 도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현재의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정도도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그대로 놓고 봤을 때 할 수 있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평가이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생각이 바뀌면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눈이 바뀌기에 그로 인한 행동이 바뀐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생산의 3대 기본적인 필수 요소가 매우 열악한 현재 상태에서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자연사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보일 것이고 농업과 농촌의 가치는 더욱 향상되어 살기 좋고 희망이 있는 농업과 농촌이 될 것이다. 이는 일개 서생의 꿈같은 얘기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해결책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의 틀 안에 갇혀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분명 아파하거나 죽어가는 환자에게 주사하는 마약진통제와 같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게 미래 준비해야

우리의 농어촌 발전정책은 남의 나라 것들을 베끼기에 급급하다.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것이기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서 빠른 시간 내에 우리의 농어촌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여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명분이다. 정말 그럴까?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조건과 상황이 똑같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오죽하면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망하고,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을 농어촌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지 않은가? 이제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미래를 준비하는 그러한 농업정책, 농어촌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산업혁명의 마지막에서야 시작하는 그러한 농업과 농어촌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농업, 농촌의 여건에서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생산의 3대 기본필수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새로이 하게 되면 답은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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