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급등했던 계란 값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가며 수입한 미국산 계란은 유통현장에서 애물단지가 됐다. 수입업자들은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인 미국산 계란의 처리에 부심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가안정을 내세워 선편 수입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에서 계란을 수입한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수입물량의 1/3 가까이 재고로 남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당초 유통업체에 한 판(30알) 당 7500원대에 팔다가 현재는 4500원에 공급하는데도 처리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전언이다. 이는 국내산 계란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산이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액란제조업체나 가공업체 관계자들도 굳이 원산지를 바꾸고 라벨을 교체해가면서 미국산 계란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재고로 남은 수입계란이 유통기한이 지날 경우 혹시 대량수요처에 음성적으로 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관세도 없애고 항공운송비까지 지원해주며 강행한 계란 수입 정책은 실효성 없이 시장만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계란 값이 떨어진 이유를 수입 물량 덕이라고 설명하지만, 양계업계에선 AI로 반출이 제한됐던 물량이 점차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성수기인 설 명절을 지나면서 소비가 감소한 것도 작용했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계란 구매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판이다.  

물가안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먼저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물가용 수입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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