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고독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한 것이다.  AI, 구제역 등 악성 가축질병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축산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전국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올해 첫 발생한 구제역은 14일 기준 총 9건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충북 보은 7건, 전북 정읍 1건, 경기 연천 1건 등이며 살처분은 20개 농장 1213마리에 달한다. 정부가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발 빠르게 격상했다지만 그토록 호언했던 사전 대응체계가 AI에 이어 이번 구제역에도 여지없이 뚫렸다. 확진 농가들의 항체율도 법정기준을 웃돌면서 또다시 물 백신 논란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O형과 A형이 동시 발생한 것이 이번에 처음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주로 O형이었고, A형은 2010년 첫 발생이후 7년만이다. 이렇다보니 O+A형 백신 재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A형 바이러스를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지만 추가물량이 수입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까지는 백신 물량 부족 상태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밝힌 확보량 99만두 보다 더 적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백신 확보 물량조차 제대로 파악치 못한 것이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전파력이 강한 돼지에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백신 부족 상태는 훨씬 심각해진다. A형 구제역에 무방비로 노출된 돼지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이유다. 

정부는 더 이상의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백신 수입을 앞당겨야 한다. 더불어 과감한 지원을 통해 한국형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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