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2가지 혈청 동시발생 ‘비상’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O형’과 ‘A형’ 2가지 혈청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축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A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돼지는 사실상 A형 바이러스에 무방비인 상태나 마찬가지로, 양돈 농가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는 A형·O형 2가 백신 사용 반면 돼지는 O형 단가만 접종
A형 확산 우려 크지만 빨라야 이달 말에다 백신 확보 가능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13일 추가 발생을 포함해 총 9건의 구제역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발생지인 보은에서만 7건이 발견됐고, 전북 정읍 1건, 경기도 연천에서 1건이 나타났다. 보은·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O형이고, 연천은 A형으로 2가지 혈청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산 현장에서는 O형과 함께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에는 A형과 O형의 2가 백신을 사용하고 있지만 돼지는 O형의 단가백신만을 접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돈 농가들이 그동안 백신 접종을 철저하게 해 왔더라도 연천에서 발생된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면 전국의 돼지 1100만 마리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의미다. 돼지는 구제역이 한번 발생하면 소에 비해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양돈 농가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한 수의사는 “O형 구제역의 경우 그동안 백신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지만 문제는 연천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이라며 “소와는 다르게 돼지는 살처분 과정에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분출되는 만큼 A형 구제역이 돼지로 옮겨오게 되면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외국에서도 돼지의 A형 구제역 발생 사례가 꾸준히 보고 돼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축산 현장에서는 A형 구제역 확산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정부는 백신 공급조차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A형 백신 재고량은 A형 구제역이 발견된 경기도 연천군 및 인접 시군 소에 사용하고 남은 99만 마리 분으로, 소 일제접종을 하기에도 부족한 물량이다. 이에 정부는 소에서 A형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과, 돼지로 A형이 퍼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백신 제조사인 영국 메리알사에 O+A형 백신의 긴급 수입을 요청했으나 14일 현재까지 긴급 백신 공급에 대한 답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계약돼 있는 예정량인 O+A형 160만 마리 분이 이달 말이나 3월초에나 국내에 도착할 것으로 보여 긴급 백신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백신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돼지로 A형 구제역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방역팀을 운영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에 대한 양돈 농가들의 불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 A형 구제역이 발생했던 포천 지역의 양돈 농가는 “정부에서는 백신 수급 상황을 농가에 정확하게 알려주고 농가들이 다른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또한 백신 공급 지연으로 입게 되는 농가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약속하는 등 축산 농가들이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A형 구제역이 돼지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모두 8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7차례가 O형이었고, A형은 2010년 1월 경기도 포천·연천의 소에서 발견된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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