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군산항에서 열린 삼계탕 중국 첫 수출 선적행사. 삼계탕을 비롯해 한우고기·유자차·인삼 등 우리 농식품이 구제역·AI 발병과 사드배치 결정 후폭풍으로 올 초부터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수출 목표로 100억달러(유관산업 포함)를 잡았지만 2017년 농식품 수출이 시작부터 험난하다.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이후 삼계탕 수출 계약이 잇따라 무산된 것은 물론 최근 구제역 발병으로 일부 지역에서 한우고기 수출도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검역당국의 통관검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등 후폭풍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잊을만하면 재발 'AI·구제역'
위생조건 충족시 삼계탕 수출 가능
'AI 발생국' 부정적 인식 탓
수출 물량 지속적으로 감소
전북 한우 홍콩 수출길 다시 막혀

■사드 배치 후폭풍 가시화
까다로워진 중국 검역 절차
같은 제품 두고도 통관 결과 달라
관세 급격히 늘어 업체 부담 증가
인삼·홍삼·유자차 등 직격탄


▲전염병에 발목 잡힌 삼계탕과 한우고기=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지만 국가별로 체결한 수출위생조건을 위반하지 않으면 삼계탕을 수출할 수 있다. 실제 중국의 경우 양국이 체결한 삼계탕 수출위생조건에 따라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농장의 반경 10㎞(방역대) 이내에 수출작업장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가능하다. 현재 5곳의 수출작업장 중 하림과 사조화인코리아는 삼계탕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박경일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정책과 사무관은 “중국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출이 가능하다”며 “일본과 미국도 수출작업장으로 승인됐다면 열처리된 삼계탕은 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도 삼계탕은 수출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수출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육계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삼계탕 수출물량(검역기준)은 7월 125톤, 8월 190톤, 9월 207톤, 10월 216톤, 11월 380톤으로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12월 수출물량은 전월대비 19.2% 줄어든 307톤으로 확인됐다. 2016년 11월 2201톤이 수출됐던 닭고기도 12월 1787톤까지 줄었다. 전월대비 18.8%, 전년동월대비 32.7% 감소한 수치다. 육계업계는 수출물량이 감소한 이유로 조류인플루엔자를 꼽는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60톤을 수출하기로 했던 A업체가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성사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중국 내 무역업체, 홈쇼핑 등으로 수출될 수 있었던 삼계탕이 중국으로 가지 못했다”면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국이라는 인식으로 한국산 닭고기·삼계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6월 수출길이 열린 이후 힘겹게 시장을 뚫고 있는 삼계탕 수출업체들이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제역 발병 영향을 받고 있는 한우고기 수출도 여건이 비슷하다. 전면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홍콩이 체결한 검역·위생조건에 따라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한우고기의 수출길이 막혔다. 향후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 한우고기 이미지가 타격을 받아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국과 홍콩이 합의한 검역·위생조건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 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시·도) 및 한국정부의 위생관련규정에 부합하는 홍콩정부 등록 수출기업(도축장·가공장)에서 생산한 쇠고기는 홍콩 수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됐던 전북산 한우고기가 지난 1월 19일 수출이 재개됐지만 전북 정읍에서 구제역이 터지면서 다시 수출길이 막혔다. 수출이 재개되려면 최소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정성이 전북도청 축산물가공유통팀장은 “올해 홍콩으로 약 50톤의 한우고기를 수출할 계획을 세웠고 수출인프라 강화에 매진해왔다”며 “하지만 구제역 재발로 수출이 전면 중단돼 허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1월 한우 수출이 시작된 경남도도 구제역 발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남도청의 관계자는 “경남도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우고기 수출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전북산 한우고기의 홍콩 수출이 중단된 여파가 우리 도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홍콩지사 부장은 “한우고기가 홍콩에서 주로 호텔 등 고급식자재로 공급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홍콩에서 고급육으로서의 한우고기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 중국 수출길 난항=대 중국 수출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검역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일부 품목은 중국측에서 일방적으로 HS Code를 변경하면서 관세 부담률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삼을 수출하는 B협동조합 관계자는 “중국 내 C항구에서는 똑같은 제품으로 검역을 신청해도 통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례가 예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국내 수출업체들 사이에서는 오랜 시간 교역을 진행한 중국 내 업체 또는 바이어가 아니라면 수출을 잠시 보류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홍삼을 취급하는 D업체 관계자도 “일반 가공식품의 경우 각종 서류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현저히 늘어나는 등 통관이 반려되는 상황이 늘면서 중국 바이어가 수출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파로 지난해 인삼의 대 중국 수출 실적은 2015년 대비 37.7% 감소한 2170만달러로 나타났다.

다른 제품들도 유사한 상황이다. 유자차를 수출하는 E업체 대표는 “우리가 수출하는 유자차 제품은 그동안 과실이 들어간 차로 HS코드를 분류했지만 갑작스럽게 과실 성분이 많이 함유된 젤리나 잼으로 HS코드를 바꾸면서 관세가 18%에서 40%로 늘어났다”며 “결국 관세율이 늘어나면서 업체 부담만 커진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통상 농식품 수출의 경우 처음 수출할 때 정밀검사를 통과하면 이후에는 관련 서출만 제출하면 됐다”며 “하지만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수시로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사드배치에 따른 무역보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베이징의 농식품 수출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중국 검역당국에서 라면의 특성상 필요 없는 수분함량 검사를 실시해 황당했다”며 “중국 내 바이어들도 예전과 달리 중국 정부가 통관검사를 엄격하게 시행한다며 불만이 높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현우, 박성은, 김효진 기자 leeh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