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와 채용, 이와 관련한 의혹들은 십중팔구 ‘특혜’로 흐를 가능성이 크거나 그런 쪽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직’과 ‘업’이 주는 무게감이 압도적이어서 자리의 높고 낮음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른바 ‘실세직’, ‘꿀직’이든 그렇지 않든 문제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한식재단이 진행한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제기되는 공정성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제보자에게 들은 얘기와 이를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사건 개요는 간단하다. 한식재단이 ‘시험 시간에 맞춰 출석하지 못할 경우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자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지각한 응시자를 최종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고, 결국 외부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문제의 지각자가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의 2급 고위직(경영기획팀장)으로 채용된 것이다. 재단이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이 자리는 총 연봉 8000만원 내외의 급여를 받고, 재단의 중장기 경영 목표 및 경영계획 등을 관리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는다.

같은 사안이지만, 한식재단의 해명을 중심으로 보면 사건은 더욱 간략해진다. 또 공정성 논란은 사소한 부분에 불과해진다.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큰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는 한식재단 관계자의 말을 받아들이면 말이다.

이를 요약해 보면 재단이 채용 방침을 공고했지만, 지각한 사람의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해 “시간 조정이 가능한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조치를 취한 것(시험을 보게 해 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 조치가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재단 자체적으로 판단한 데다 나머지 채용 과정은 외부 심사위원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공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 특혜 의혹 등의 문제를 삼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간극의 차이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될까. 공정함과 신뢰성을 갖춰야 하는 공공기관의 채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재단 관계자의 해명 중엔 “정부 3.0 흐름에서 공공기관이 수요자(지각자) 편의 등을 반영하는 부분은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궤변도 있었다. 그럼 제 시간에 맞춰 시험에 응시했지만, 억울하게 고배를 마신 다른 응시자 2명의 편의는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는 것인지 재단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재단 측에서 밝힌 지각 응사자의 지각 이유는 “개인적 사유”다.

외부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과는 다른 부분이다. 응시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으며, 채용 행정의 원칙과 기준이 철저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정말 간단하고 명확한 문제다.

이처럼 간명한 문제지만, 재단이 내놓은 변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잘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시정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으로서, 또 ‘한식세계화’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목표를 국민 대신 수행하는 대표기관으로서 말이다.

고성진 기자 식품팀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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