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재단이 최근 진행한 직원 채용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한식재단이 공고한 채용 관련 규정을 스스로 지키지 않아 결과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끼친 사실이 확인됐다. 채용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은 전례가 있는 데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만큼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한식재단의 납득할 만한 해명과 후속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면접시각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포기 간주’ 통보 불구
20여분 지각한 응시자가 최종 합격…공정성 ‘도마위’


한식재단은 올해 1월 4일 경력직 공개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경영기획팀장을 포함한 정규직 3명과 계약직 2명 등 총 5명을 채용한다는 내용. 17일 서류 접수 마감, 20일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24일 최종 면접(개별)시험을 거쳐 31일 최종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석연치 않은 점이 확인된 부분은 경영기획팀장 면접시험과 관련해서다. 경영기획팀장직은 재단 내부적으로 2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사실상 이번 직원 채용의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자리다. 재단의 중장기 경영방침 계획 및 관리 등의 중책을 맡고, 연봉 80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면접 대상자는 총 4명으로, 이중 24일 진행된 면접시험 시작시간인 오후 2시 이전에 도착한 이들은 2명. 이들은 시험 당일 시작 통보에 앞서 시험 장소에서 면접 순서를 전달 받았고, 순서에 따라 1인당 약 15분씩 개별 면접을 각각 치렀다. 하지만 이들에 이어 면접 시작시간보다 20여분 늦은 다른 응시자가 3번째 순서로 면접시험을 치렀고, 결국 이 지각 응시자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식재단이 자체 공고한 채용시험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되고 있다. 재단은 20일 공고한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및 면접시험 시행계획’을 통해 “서류전형 합격자는 면접시각까지 시험장소로 출석해야 하고, 출석시간까지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면접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공고문 외에도 면접 대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통보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규정대로라면 지각 응시자는 시험 포기자로 간주돼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어찌된 이유에선지 지각 응시자는 별다른 제재 없이 면접시험을 마쳤고, 결국 앞서 시험을 치른 2명을 제치고 결국 최종 합격자로 선택됐다.

면접시험에 제 시간에 출석한 한 응시자는 시험 당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재단 인사담당자에게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당락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응시자는 이번 채용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행정과는 거리가 있다며 한식재단 및 관계기관의 해명 및 타당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응시자는 “심사 결과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재단이 면접시험에 앞서 ‘출석시각 및 위반자 처리기준’을 공고하고도 이를 명백히 위반한 자를 면접에 응할 수 있도록 한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 합격자로 당당하게 공고한 점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천재지변 등의 피치 못할 사유가 있다면 지각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지각자와 관련해 어떤 양해와 고지도 없어 최종 합격자로 선택될지조차 몰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식재단은 오히려 황당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한식재단 측은 “지각 응시자가 부득이하게 늦는 상황을 시험 당일 오후 12시 40분쯤에 전화로 알려와 시간을 조정해 준 것일 뿐, 외부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당락을 좌우할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지각 사유에 대해 재단 측은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밝혔다.

김대근 한식재단 사무총장은 “공공기관이 수요자(지각 응시자) 편의를 봐주는 측면에서 조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조치를 취한 것(시험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으며, “이런 문제로 재단 채용 전반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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