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주요 화훼산지 부산 강동동은

▲ 황일규 부산경남화훼연합회장이 시장에 출하되기 직전의 절화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인사철과 졸업시즌을 시작으로 가정의달까지 이어지는 화훼소비의 대목기에 진입하고 있지만 현장의 화훼농가들은 화훼산업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서도 상반기 화훼 대목에 대한 전망을 그리 밝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현장에선 1T1F(1Table 1flower·테이블 위에 꽃을) 운동 등에 기대감을 내보이며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이 여러 사업으로 퍼지길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화훼 산지 상황과 더불어 시장에서의 전망 등을 들어봤다.


“값싼 수입산에 청탁금지법까지 소비 감소 불보듯” 
딸기·토마토 등 품목 전환 증가…연쇄피해 우려도 
올 시장전망 흐림, 그나마 꽃 소비 생활화 기대감


#산지에선, 떠나는 화훼농가들

“(화훼 농사를 지었던) 저분도 이번에 딸기로 작목을 전환했어요.”

지난 8일 국내 주요 화훼산지인 부산 강서구 강동동의 화훼단지에서 만난 황일규 부산경남화훼연합회장은 화훼 농가들의 설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던 중 농장을 방문한 한 농민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부산경남화훼원협 공판장 등이 있는 강동동 일대는 화훼 주산지답게 시설하우스가 즐비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시설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면 시설하우스 내 품목이 화훼가 아닌 것들이 많았다.

황일규 회장은 “20여년 전 이 곳의 화훼농가가 400명이 넘었는데 이제는 200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딸기나 토마토 등으로 작목전환을 한 농가들이 많고, 파산을 한 농가도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는 강동동만의 상황이 아니다. 부산경남화훼연합회는 부산·경남의 화훼농가 대부분이 참여해 1200농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합회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황 회장은 “부산경남화훼연합회 소속 농가들만 최근 몇 년 새 200농가 이상이 화훼농사를 포기했다. 근래 들어선 그런 경향이 더 잦아지고 있다”며 “화훼처럼 타 작목의 연쇄적인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훼 현장을 떠나는 이들의 주된 사유는 우선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다.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화훼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농가들이 화훼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어느 품목보다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고, 수입물량이 늘어나는 등 화훼 생산 제반 여건이 갈수록 녹록지 못하고 있는 것도 농가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황 회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은 가뜩이나 어려워 화훼 농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이들에게 기름을 끼얹었다”며 “여기에 난방비가 어느 품목보다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난해 효율성이 높은 경유에 대한 면세 지원이 중단돼 실질적인 생산비가 올라가고, 수출 시장에도 제동이 걸린 반면 중국과 베트남에서 값싼 꽃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화훼 농가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농가들이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정부의 최근 화훼 정책 행보에 대해 기대의 목소리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정부와 국회 등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T1F(1Table 1flower·테이블 위에 꽃을) 등 꽃 소비 생활화 사업은 우리 화훼업계에 꼭 필요했던 사업이었다”며 “앞으로 검역 강화, 원산지표시 및 재사용화환 단속 등 좀 더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어두운 대목 전망

인사철과 졸업식을 시작으로 입학식, 봄철 이사시즌, 부활절, 어버이날, 스승의날로 이어지는 화훼 대목에 진입하고 있지만 화훼시장은 여전히 한파다.

그나마 절화류의 경우 시세가 우려와 달리 평년 수준 이상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작목 전환 등으로 줄어들은 화훼 물동량에 기인하는 면이 크고, 올해의 경우 다행히 설이 1월에 자리 잡아 2월 졸업시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도 시세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소비 위축 속에 상반기 화훼 시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 한 화원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경기라도 좋았다면 모를까 경기가 좋지 못하면 꽃 소비는 이에 대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대선까지 있어 더 우려스럽다”며 “화원들은 현재 인력을 줄이는 상황까지 와 있다”고 밝혔다.

화훼 전문가들도 그리 밝은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고품위 시장에서는 승부를 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영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부장은 “여러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고품위 수요는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급호텔 웨딩의 경우 극대륜 장미를 원하는데 이 물량이 국내에 거의 없다”며 “이런 시장을 공략하고 농가를 지원하는 등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엔 단색 장미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다색 장미를 선호하는 등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 변화에도 품종 개발 등을 통해 발 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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