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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기획/한국의 ‘가족농’이 사는 법] 팍팍한 도시 떠나 고향마을서 상봉···경북 고령 최병열 씨 가족도시 살던 아들·딸 하나 둘씩 귀농…수박·마늘·벼농사 가족사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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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7호]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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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맨 왼쪽 위의 인물이 장남 최병열씨 그 아래가 며느리 박영자씨다. 가운데 위 쪽 인물이 둘째 아들 최재열씨이며, 그 아래가 어머니 이명순 여사. 맨 오른쪽 위가 사위 주회식씨 그 아래가 막내 딸 최은희씨.

일터가 흩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한 자리로 불러 들였다. 팍팍한 도시를 떠나 시골의 좋은 공기를 맡으며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가족들이 함께 일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결혼 후 도시로 출가한 가족들이 한 지붕 아래 다시 뭉쳐 대규모로 수박과 마늘,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경북 고령군의 최병열 씨네 가족 이야기다. 현재 이들 가족은 나름 잘나가는 그들만의 패밀리사업(?)을 위해 순차적으로 고향마을로 귀향해 일터를 포함한 새로운 삶의 공간에 적응 중이다.

맏아들부터 어머니 도우며 정착
규모화 된 대농가로 성장
막내딸 부부까지 합세
영농기술 전수 등 꼼꼼하게
맘 편히 농사규모 확대 차근차근


가족농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고령군 우곡면 야정2리 최병열 씨의 농가주택 거실에는 한 눈에 딱 보아도 가족인 것 같은 여러 명의 남녀가 둘러앉았다. 큰아들 최병열(46)씨와 며느리 박영자(46)씨 부부. 막내딸 최은희(38)씨와 사위 주회식(40)씨 부부. 어머니 이명순(72) 여사와 둘째 아들 최재열(43)씨. 이들 6명이 현재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한식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예전부터 계속 같이 산 것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후 도시로 나가 직장을 다니고, 결혼해 각자의 가족을 꾸리고 살다 뒤늦게 농사일을 매개로 다시 합쳐진 일종의 이산가족 상봉(?)인 셈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은 맏아들인 최병열(46)씨와 큰 며느리 박영자(46)씨 부부다. 최병열씨는 20대 초반 인근 대도시인 대구로 나가 직장을 다니다 20여년 전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사시는 고향마을로 돌아와 농사일을 도우며 자리를 잡았다. 농사일을 시작하고 20여년 간 수박과 수도작, 마늘, 콩, 심지어 한우사육까지 안 지어본 농사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현재 그는 고령군 우곡면 야정2리 대곡들에서 하우스 수박과 마늘 2만여평, 이모작으로 벼농사 2만여평을 짓는 규모화 된 대농가다.

보도를 위한 사진촬영을 위해 수박 하우스에 나가 포즈를 취하는 잠깐의 시간에도 연세가 많아 농사일을 손 놓은 어머니 이명순 여사는 오랜 만에 나간 아들이 농사짓는 하우스에서 잡풀을 제거하느라 부지런히 연신 바쁜 일손을 놀리고 계셨다. 남의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하는 일이기에 가능한 광경일 것이다. 가족농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원들이 모든 일에 나의 일처럼 열정을 가지고 임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 최씨 가족들이 농사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 봤다.

#맏아들 최병열씨와 며느리 박영자씨 부부=20대 초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마을로 들어왔다. 평생 농사짓고 사시다 작고하신 아버님을 도와 수박농사와 벼농사를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배웠다. 20년 이상 수박농사를 지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수박시세가 좋지 않았다. 수박농사는 8000여 평 정도 짓는다. 기존에 있던 2000여 평의 수박 하우스에다 몇 년 전부터 경기를 덜 타는 양념 채소인 마늘을 대체해 재배하고 있다. 노지와 하우스를 합쳐 마늘 농사만 1만2000여평 정도 되는 것 같다. 마늘과 수박 하우스에다 6월 중·하순경에 이모작으로 벼농사를 짓는다.

하우스의 비닐만 걷어내고 하우스의 철골 골조는 그대로 둔 채 벼를 심어 가을에 재배한다. 연간 4억원이 넘는 수익(비용을 차감하지 않은)을 올린다. 농사일도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스스로 터득한 오랜 기간의 영농노하우가 있어 어지간한 작물은 상품성 있게 잘 재배해 낼 수 있다. 도시에서 살던 여동생 내외가 귀농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 같아 고향에 들어와 농사일을 배우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 농사일을 배우면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최근 귀농한 막내 딸 최은희씨와 사위 주회식씨 부부=경기도 안성에서 직장 생활하다 최근 처가가 있는 고령군 우곡면에 귀농했다. 현재는 장모님과 처남 식구와 함께 살면서 농사일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다. 안성에 있을 때 도시텃밭을 가꿔본 경험이 농사를 지어본 경험의 전부다. 큰 처남이 고향에서 자리 잡고 크게 농사를 짓고 있어 귀농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귀농초기 농지를 구하는 일이나 농자재를 구입하는 일 등을 자신의 일처럼 전부 꼼꼼하게 챙겨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영농 전문가인 큰 처남으로부터 다양한 영농기술을 전수 받으며 올해 처음으로 수박 6000평과 마늘 1200여평을 짓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소득을 창출할 목적의 생애 첫 농작물 수확을 앞두고 있다.

가족들과 농사짓는 일이 도시 생활할 때 보다 마음이 훨씬 편하다. 농사 노하우가 쌓이면 농사 규모도 점차 더 늘려갈 계획이다. 얼마 전 큰 수술을 한 엄마(이명순 여사)를 모시고 함께 살 수 있어 좋다. 큰 오빠(최병열 씨)가 장애가 있는 둘째 오빠(최재열 씨)와 한 집에서 같이 농사일을 하면서 잘 보듬고 산다. 모두 가족들이 농사를 같이 짓고 살면서 가능해진 일들이다.

#최병열씨 가족들이 바라는 점=가족들이 영농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영농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규모화를 위해 농지를 구입하거나 임대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좋은 농지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귀농인이나 젊은 농업인들이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농지임대 활성화 방안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생산한 농산물을 기간을 두고 유동적으로 출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소형 저온창고시설 구입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최근 농업과 관련한 정부 지원사업이 대규모의 영농법인이나 작목반 위주로만 돼 있다. 마음이 통하는 가족농은 원활한 영농기술 전수 등의 장점이 있다. 가족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농사를 짓는 가족농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고령=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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