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얼마 전 모 자치단체의 복지지표를 만들면서 지표가 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최소한의 지표, 최적의 지표 뭐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미래지향성은 고사하고 현재의 지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의 인프라에 놀란다. 농촌 복지지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권의 보장을 위해서 도대체 어떤 기준을 제시해야 할까? 무엇이 적정할까? 이제는 이에 대한 기준과 좌표설정이 필요할 때이다.  

우선 농업에서 가장 기본인 경자유전의 원칙.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우리나라 농지의 49.9%(2014년) 이상은 비농민 소유이다. 땅을 빌려서 농사짓는 농민이 이미 절반이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농가의 평균 소유농지는 3500평 정도. 이것으로는 밥도 못 먹고 살 정도이다. 

그래서 해가 갈수록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는 늘어나 농가소득은 도시평균 소득의 64.4%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지경이니 40세 미만 농민이 전체 농민의 1.3%에 불과하다. 농민의 평균연령은 65.6세이다. 즉 우리 농업은 은퇴자들에게 맡겨진 농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농민의 50.8%가 여성이다. 따라서 미래농업과 농촌에서 여성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노력이 없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정책, 실패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농촌여성들에게 반드시 있어야할 3가지 인권을 되짚어본다. 

폭력에 무방비 노출된 사각지대

첫째, 농촌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안전권을 생각해본다. 소수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그들의 권리를 왜 누구도(의회, 정부, 여성단체 등) 제기하지 않는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농어촌 여성들의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여성들의 가장 기본적 인권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말하지 않는다. 통계를 보면 농촌지역도 도시지역과 마찬가지로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장애인, 조손가족 아동, 심지어 홀로 사는 여성노인에 대해서 까지도. 그러나 정작 군단위에 가정폭력상담소나 성폭력상담소를 제대로 갖춘 곳이 없는 곳이 많다. 

인구가 적은 군단위 일수록 피해자를 지원하는 쉼터나 시설은커녕 상담소 조차도 제대로 없는 곳이 많다. 그들에게는 여성자신의 피해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의 권리나 정보접근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폭력을 당해도 속수무책이거나 타 지자체까지 가서 해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인구 몇 만 명당이라는 기준으로 이와 관련된 시설의 설치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수자 권리를 얘기한다면 접근성 문제로 인한 소수자가 되어버린 농촌은 어떻게 정책지원을 받아야 하는가? 농촌여성의 안전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농업노동 60% 이상 책임지지만

둘째, 왜 여성농업인들에게는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없는가? 

여성가족부는 전국 대다수 군단위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농업인을 지원하는 여성농업인센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05년 만들어져서 전국에 모든 지역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까지도 겨우 40개 지자체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대부분 역할이 보육이다. 과거 국비 지원이 있었으나 지금은 지방비로 운영되고 있어 자칫 존립의 위기까지 걱정해야 한다. 왜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은 없는가? 

여성농업인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있지만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연구를 하는 기관이나 센터는 전국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 여성농업인들은 성장할 권리(발전권)를 보장받는 구조를 가질 수 없는가? 여성농업인들의 발전권이 실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조직은 필요하다. 앞으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여성농업인센터의 전국적 설치, 여성농업인정책연구기관(센터))이 만들어져 최소한의 발전권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 권리 실현·성장 지원 태부족

셋째, 사회권 문제이다. 여성농업인들은 농업노동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소유한 토지는 거의 없다. 소유할 권리보다는 노동할 권리만을 가지고 있다.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농지를 소유한 여성농업인들 조차 평균소유면적이 1천평 미만이다. 직불제 역시 농가를 단위로 지급되고, 최근 시행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제도 역시 65세 미만(충북만 70세)만 해당된다. 심지어 농가공동경영주는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등록할 수 있다. 도대체 여성농업인이 뭔가? 농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여성농업인이라면 나이제한이 왜 있어야 하고, 농가로 대표되는 것이 타당한가? 농촌여성의 복지와 인권이 있기나 하는 것인가? 여성가족부에게 있어서 여성농업인은 여성이 아닌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있어서 여성은 농민이 아닌가? 여성농민들의 사회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각종 정책에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권리 실현이 더 명확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패러다임을 단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삶이 아니라면 누가 그 일을 지속할 것인가? 이런 실정이기 때문에 농촌에 20대~30대 초반 성비는 남성3 : 여성1 이라는 불균형이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농촌총각결혼 문제로 이어지고 다문화 가족의 증대로 이어진다. 이제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의 복지와 인권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농업의 미래 지속가능성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핵심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여성농업인의 보편적 복지와 인권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안이 논의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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