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추가 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비관세조치를 완화할 경우 FTA 이행에 따른 관세율 인하 혹은 철폐 효과보다 수입구조 변화에 더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가 농업부분 전반으로 파급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성태 부연구위원 등의 ‘FTA 이행에 따른 농산물 수입구조 변화와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했고, 양자 및 다자간 FTA를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 수입증가와 가격이 하락하고 FTA체결국 중심으로 무역창출 및 수입선 전환 등의 수입구조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결국 국내 농업부문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화 주요 요인은 '소비자 선호·소비패턴 변화'
관세율 인하나 철폐보다 더 크게 작용…신중히 접근

FTA 체결국 수입비중 65%, 축산물이 수입증가 견인
생산·가공·유통 전반 소비자 지향적 대응 수립을


▲농산물 수입구조 변화=농산물 수입의 경우 2015년 306억 달러로 이중 FTA 체결국의 수입 비중은 64.9%에 이른다. 수입변화는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1년 한·EU FTA발효 이후 둔화되는 추세다. FTA 체결국별 농산물 수입증가에 대한 상대기여도는 칠레, 아세안, EU 등 종기 FTA체결국이 국내 수입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전체 농산물 수입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품목별 상대기여도는 축산물이 전체 수입을 견인하는 반면 신선과일과 가공과일은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FTA발효 이후 수입구조 변화는 2011년 이전인 FTA이행 초기의 경우 농산물 수입 확대로 무역창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2011년 이후인 FTA이행 중기에는 무역전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물 수입구조 변화는 FTA 요인(관세율 인하, 저율관세할당(TRQ) 적용, 결절관세 적용)과 함께 국내 소비패턴 변화, 국내 생산량 감소, 수출국 수급여건, 비관세조치(검역)의 영향, 수입업체의 수입결정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성태 부연구위원은 “실증분석을 통해 수입변화와 수입자유화율 간에 상관성이 존재하고, FTA 요인과 함께 다양한 요인이 농산물 수입변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소득수준(1인당 총소득-GDP) 향상에 따른 국내 소비패턴 변화가 농산물 수입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입전망과 대응과제=국내 통상전문과와 농업전문가를 대상으로 향후 농산물 수입 전망을 질의한 결과 전체 81.1%가 FTA 수입자유화율이 높아지면서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겠지만 과거에 비해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2004년에서 2011년 농산물 수입액 증가율이 14.3%로 높은데 반해 2011~2015년, 2015~2020년, 2020~2025년은 각각 14.3%, 1.5%, 1.7%인 선행연구의 실증분석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 위원은 “FTA이행으로 수입 개방 폭이 확대되고 추가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창출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따라서 품목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산성과 품질제고, 생산기반 확충, 유통부문 개선 관련 FTA 국내 보완대책 보완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수입업체의 수입결정 요인에서 ‘소비자 선호’가 가장 중시되고, ‘국내 소비패턴 변화’가 향후 농산물 수입구조를 변화시킬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품목별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농·식품 소비패턴 변화에 기초한 생산·가공·유통·수출 등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소비자 지향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비관세조치 완화의 경우 FTA이행에 따른 관세율 인하나 철폐 효과보다 수입구조 변화에 더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가 농업부문 전반으로 파급된다는 것이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됐다. 이에 따라 신규 FTA협상이나 이미 체결된 FTA를 수정 협상할 때 비관세조치 관련 논의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논리다.

지 위원은 또한 “향후 추가 FTA협상에서 개별 품목별의 수입대상 국별 수입 시기와 국산 농산물의 간접피해 여부, TRQ적용 대상품목의 접근방식과 규모, 관련 가공품 수입과 비관세조치 완화에 따른 피해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