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농가의 평균소득은 3721만원이다. 이 중 농업소득의 비중은 30.2%에 불과하다. 농사만 지어서는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농민들은 농사에서 손을 놓게 되고, 이렇게 농업·농촌을 지탱하는 힘은 약해져가는 모습이다. 그래서 일정금액을 농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이를 화두로, 정의당과 윤소하 정의당(비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농민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농민수당 도입 토론회’를 열었다.

농업농촌 지속가능성 지향…농지면적 관계 없이 직접지원 모색을 
농가소득 불안정성 해소, 농업·농촌 다원적 가치 보존 등에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기본소득제’의 정의부터 설명했다. 농민기본소득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기본소득제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소득을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로써, 1797년 토마스 페인의 토지정의에서 말한 ‘시민배당’에 기원을 두고 있는 용어다. 토마스 페인은 ‘경작이나 이른바 문명생활과 불가분한 연관을 가진 토지 재산제도는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아 흡수하고서도 그 손실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면서 ‘노인 40만명에게 매년 1인당 10파운드씩 지급’ 등을 시민배당 방법으로 제시했다.

기본소득제에 ‘농민’을 추가한 것이 바로 농민기본소득제다. 농민에게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소득을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자는 풀이다. “왜 농민기본소득제가 필요한가”란 물음에 박경철 위원은 농가소득의 불안정성 해소,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보존, 농촌지역 인구감소 완화 등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농민기본소득제 실행방법으로 세 가지를 내놨다. 다수의 농업직불금 중 친환경농업직불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농가기본소득으로 통합하는 가운데 모든 농가에 호당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농가단위 기본소득제’, 농업인의 연령을 설정해 지급액에 차등을 두는 ‘개별 농민단위 기본소득제’, 농가·비농가 구분없이 농촌거주민 대상으로 지급하는 ‘농촌주민 기본소득제’ 등이다.

박 위원은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소득체계를 구축해 농민의 지속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농민기본소득제는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또 “농민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농민들에게 직접 주면 농민들이 원하는 농촌과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정부는 예산이 골고루 전달되는 데 필요한 조치만 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정기석 마을연구소장도 박 위원과 같은 생각을 밝혔다. 박 위원의 ‘농민기본소득제’ 명칭을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로 바꿔 말했다. 정 소장은 “농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 대접을 받고, 농민은 공익농민 대우를 받아야 합리적 농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공익농민 기본소득’ 정도의 근본적인 정부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소장의 ‘공익농민 기본소득제 추진단계별 시행모델 설계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1안으로 18~50세 청장년 10만명에게 5년이상 150만원씩 월급을 지급하는 ‘청년 공익영농요원제’를 시작하고, 1안과는 독립적으로 또는 병행하는 2안으로 소득인정액 하위 30%의 약 90만명의 농민에게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저소득 농민 기초생활연금제’도 시행한다.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는 2단계에서 도입, 모든 농민을 수혜대상으로 2013년 말 기준 약 300만명의 농민에게 월 50만원씩 무조건 무기한으로 지급토록 한다는 게 정 소장의 구상이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민기본소득제와 공익농민 기본소득제 모두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최종 목적으로 하되, 농촌 사회의 기본단위인 농가의 살림살이를 농지면적에 관계없이 일정정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농업·농촌 부문 재정지출을 변화시키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돈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사는 농촌’이 좌표가 되게 하자는 것으로 그 지향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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