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와 마늘 등 양념채소류에서의 정부 수매비축사업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이번에 문제로 지적된 2015년산 양파가 도매시장에 출하된 모습.

농산물 수매 비축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수입산이 대거 들어오는 등 농산물 산지에서부터 도매시장 등 유통 현장까지 정부의 농산물 수급 및 유통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일 ‘농산물 수급 관리실태’를 발표하며 이 같은 부실함을 지적했다. 이를 산지와 유통 현장 등 두 개 분야로 나눠 2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마늘 재배면적 감소 예측에도 손놓고 있다 비축 실패
국고보조시설 승인권자 승인 없이 임대 사실도 도마위
과실 계약출하사업 위약률 20% 이상인 농가 제외해야


▲시기 놓친 양념채소류 수매비축사업=‘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라’는 것이 양념채소류 수매비축 사업 운영에 대한 지적사항이었다.

2014년 1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2015년산 마늘 재배 면적이 평년 대비 6.3% 감소, 2015년산 마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마늘 가격 상승에 대비한 수매·비축 계획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햇마늘이 본격 생산되고 난 뒤인 2015년 5월 13일에서야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마늘의 수매·비축 물량 1만2000톤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미 이때는 마늘 가격이 높게 형성돼 정부의 수매 비축에 참여하는 농가 및 단위농협 등 산지 조직이 없어, 수매·비축계획 물량을 전혀 수매하지 못했다.

그 결과 수입산이 대거 들어왔다. 수매·비축 물량이 없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국영무역으로 마늘 1만3000톤을 수입해야 했던 것. 이런 현상은 2016년산 마늘, 2015년산 양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은 양념채소류에 대한 수매비축사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가격 상승기에 충분한 비축 물량을 방출할 수 있도록 출하기가 아닌 재배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수매하는 등 효과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가격 상승기에 충분한 물량을 방출할 수 있도록 재배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수매하는 등 수매비축사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aT를 통해 전담추진팀을 구성하고 세부 추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규정 무시한 산지유통활성화사업 사후 관리=산지유통활성화사업은 산지유통 주체의 거래 교섭력 확보를 위해 농협조직 등에게 원물 확보자금을 저리로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 시행지침 등의 규정에 따르면 사업의 자금 사용 집행 실적이 정부 지원금의 125% 이상이거나 정부 지원금을 활용한 자금의 125% 이상을 통합조직에 출하하는 것을 사업의 의무액으로 규정했다. 대출 취급기관인 농협중앙회는 사업의무액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고 위약금을 징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다른 지원 사업에서 지원받은 물량은 산지유통활성화사업 의무액 이행실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다른 지원 사업에서 지원받은 물량을 포함시켜 통합조직의 출하실적 및 사업의무액을 점검·관리하고 있었고, 이런 곳이 13개 농협에 이른다.

감사원은 “농협중앙회장은 13개 농협으로부터 사업의무액 미 이행에 상당하는 대출금 39억8300만원을 회수조치하고 위약금 1억1619만7940원을 부과, 징수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13개 농협에 대해 현지 추가 점검 후 위약금 부과 등 산지유통활성화사업 시행지침에 따른 제재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고보조금 지원시설의 사후관리 부적정=국고보조금 지원시설의 사후관리도 문제가 있었다. 보조금 관리 법률에 따르면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으로 취득한 재산을 대여하고자 할 때에는 농식품부 장관으로부터 승인권을 위임받은 광역시장 및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으로 취득한 저온저장시설 11개의 운영 및 관리 현황을 점검한 결과 해당 광역단체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다른 업체에 대여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국고보조시설이 당초 사업목적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농식품부 장관은 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보조금으로 취득한 시설을 승인권자의 승인 없이 임대하는 일이 없도록 국고보조사업 사후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감사결과를 수용하면서 국고보조시설이 지원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실수급안정사업 계약농가 관리 문제=과실수급안정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업은 과실 수급 및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과실 생육기에 농협이 농가와 출하계약을 체결해 수매할 경우 수매대금에 대해 무이자로 융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협중앙회의 사업 세부추진 계획에 따르면 전년도 사업위약률이 20% 이상인 참여 농가는 1년간 사업 참여를 제외하도록 돼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감사원은 “농협중앙회장은 과실수급안정사업 세부 추진계획에 의해 전년도 사업위약률이 20% 이상인 자가 다음해 과실수급안정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노지채소수급안정사업의 예에 따라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사업 참여농가 선정 시 전년도 위약 20% 이상 농가를 자동으로 검출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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