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 농정공동공약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일 지역재단에서 열린 집중토론.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형성된 가운데 범 농업계가 빨라진 대선시계에 맞춰 농정공약을 제시하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재단(이사장 박진도)을 비롯한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선후보들이 실효성 있는 농정공약을 채택할 수 있도록 농정공동공약 추진모임을 꾸려 집중적인 토론을 진행 중이다. 추진모임은 3월 중 공동공약안을 마련, 대선후보들과의 협약 등 공론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민·시민사회단체 ‘농정공동공약 추진모임’ 꾸려
농정대개혁 담은 공동공약안 마련, 후보 수용토록
‘다기능 농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10대 정책 분류 


▲제안 배경 및 계획=지역재단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2015년 9월부터 한국 농업·농촌의 현실을 집중진단, 2017년 대선 전까지 농정 대개혁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연구자 모임을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지역재단은 2016년 3월25일과 31일 ‘한국농정대연구 공개포럼’을 가진데 이어 9월30일에는 ‘한국농업과 농촌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말한다’는 주제로 ‘농정대연구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농정개혁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다가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시계가 앞당겨지자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역(농촌), 농업(먹거리), 환경 의제 관련 19대 대선 농정공동공약 추진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추진모임은 지난해 12월27일 제안모임을 가진데 이어 1월6일 1차 회의를 갖고 의제와 일정을 정리했다.  

추진모임은 제 진영의 연대로 공약안을 만들어 대선후보와 협약을 체결, 농정개혁 공약이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으로 채택되도록 한다는 목표. 대선 때마다 각 당이 농정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주변부 공약으로 밀려 대선 후에는 유야무야 돼 왔고, 조기 대선 국면에서 시간 부족으로 기존의 농정이 재탕될 우려도 있다. 개별 단체들의 개별 분산적 대응보다는 공동으로 추진해 실효성을 확보하자는 것.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우리는 각 정치세력과는 독립적으로 농민, 시민사회, 연구자들의 광범한 토론을 통해 농정 대개혁이 담긴 공동공약안을 만들어 제시하고, 각 대선후보들이 농정공약을 중요 순위로 수용하도록 협약 등 메니페스토 운동도 전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추진모임은 1단계로 15~20개 단체 중심으로 공동공약안 개발에 집중하고, 다음 단계로 참여단체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참여단체는 지역재단을 비롯 농민단체와 국민농업포럼, 환경운동연합, 한국 YMCA 전국연맹, 행복중심생협, 한살림연합 등이다.  

대선 농정과제는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관점, ‘경쟁력 지상주의에서 다기능 농업 농정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방향으로 크게 10개 정책으로 분류했다. 1월17일 1차 토론에서 총괄기조, 24일 농업주체 양성, 2월1일 농가소득 및 농산물 가격안정/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주제로 집중토론회를 열었다. 10대 과제 별 집중토론회는 7일 환경보전형 농업 및 지속가능 발전/남북한 및 동북아 농업협력, 14일 농촌지역개발/농촌복지/직불제 확대와 농업재정개혁에 이어 16일 농협 개혁/ 농민참여 농정과 분권화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행복농정위원회 신설 제안
차기 정부 임기 내 농정예산 50%까지 직불금 확대


▲집중 토론 내용=1차 총괄기조 토론에서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국민 총행복 실현’ 발제를 통해 농정 패러다임을 ‘경쟁력주의 농정’에서 국민총행복의 증진에 기여하는 ‘다기능농업 농정’으로 전환하고, 농업예산을 다기능 농업의 육성과 농가경영안정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직불제 예산의 비중을 현행 12%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EU와 스위스의 수준까지 확대하되, 환경과 생태보전 대응의무를 강화,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자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국민행복농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농정에 대한 총괄기획기능을 하면서 주요국가정책이 농업, 농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실행여부에 관여하는 기구다. 헌법개정과 관련, 현행 헌법 123조에 이어 새로운 조문을 마련, 농업이 식량생산뿐 아니라 농업생산활동과 결합해 다원적 기능을 발휘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의견도 냈다. 

유정규 지역재단 이사는 2차 토론 ‘농업주체 육성’에서 다기농 농업을 실천하는 가족농을 중심에 두고, 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지역영농조직을 육성하되, 이를 전체 농경지의 2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역영농조직에 대해 ‘지역사회영농직불금’제도를 신설하자는 의견이다. 또한 현행 농지제도를 경자유전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재정비하고, 임대차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임차인 권리 강화를 위해 ‘농지임대차관리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젊은 영농주체 확보를 위해 40세 미만의 청년취농자를 대상으로 준비기간 3년, 정착기간 3년간 월 100만원의 ‘청년취농직불제’를 시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3차 토론에서는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의 ‘농가소득지지 및 농산물 가격안정’ 발제와 토론 끝에 직불제는 차기 정부 임기 내 농정예산의 50%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 내용은 △기본형 직불제로서 식량안보 직불제를 시행하되, 현행 ha당 쌀 100만원과 밭 45만원 수준인 직불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 지급 △가산형 직불제로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 기여분에 대해 상호준수(환경 등)의무를 전제로 직불금을 지급 △일정 수준이하의 소농은 별도의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최저가격보장 품목을 현행 7개 품목에서 15~20개로 확대하고, 생산비를 최저가격 기준으로 결정하며, 품목별 계약재배 물량을 생산량의 50% 이상으로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사업 시행기구로 품목별 전국단위 경제사업연합회를 설립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허남혁 지역재단 먹거리정책 교육센터장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확립’ 발제에서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개정, 중앙정부는 국가 푸드플랜을, 지자체는 지역푸드플랜을 수립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현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친환경 로컬푸드 무상급식의 방식을 여타 공공급식과 식품지원사업에도 확대, 먹거리 복지를 실현할 것을 강조했다.  

이상길 선임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