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 건국대학교 교수

한국전쟁 후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많은 수는 주로 농어촌지역에서 자랐다. 1970년 당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5.4명으로, 2015년 현재 가구원 2.7명의 2배 수준이다. 당시 총인구는 3224만1000천명으로, 이중 농어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8%가 넘었는데, 2015년 현재는 5% 수준이다. 

농축산 신개념 애그리비즈니스

1970년 국민 총소득(GNI)은 명목가격 기준으로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농림어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인데, 2015년 현재 농림어업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한편 1970년 농림어업부문의 부가가치는, 2010년 연쇄가격 기준으로 11조2000억원 규모인데 2015년 현재 부가가치는 28조9000억원이다. 업종별로는 작물(55%), 축산업(27%), 어업(9.5%), 임업(6.2%), 농림어업서비스 순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부가가치 증가율은, 축산업이 같은 기간 10배 이상 증가했고, 어업과 서비스 분야가 3배, 작물이 2배, 임업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상의 농축산업 구조는 주로 생산부문에 한정된 통계이다. 국가 전체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지만, 절대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축산업의 신개념이 애그리비즈니스이다.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는 농업(Agriculture)과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로서, 농업 관련 산업이라고 한다. 애그리비즈니스는 농축산물 생산과 관련,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제조·공급하는 분야, 농축산물 가공·식품제조, 수송, 저장, 도소매, 외식 등 모든 산업을 포함한다. 이를 크게 농축산 생산자재 생산·공급 부문, 농축산 생산 부문, 그리고 농축산물 가공·제조·판매 부문으로 구분한다. 

농축산업의 신개념으로 애그리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러한 세 부문 각자의 역할과 관련된다. 농업인은 과거와 달리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현금을 지불하고 구매해 생산에 전념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 식품 판매를 담당하는 부문은 최종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식제품을 농축산물 가공이나 식품 제조부문에 요구한다. 즉 이들 부문들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 어느 한 부문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다른 두 부문이 발전하기 힘들다. 농업의 산업화를 통해, 농축산분야에서는 수직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어느 한 부문의 사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 계열화나 계약 방식을 통해 생산에 필요한 자재 생산부터 식품 판매, 또는 외식 사업까지 통합하여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한 농축계열 대학이나 고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진로는 생산부문 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애그리비즈니스 전 부문,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따라서 이젠 농축산업의 범위나 개념이 생산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관련 모든 부문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애그리비즈니스에 종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애그리비즈니스의 총 생산액은 농축산 생산액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최근 6차 산업화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증폭됐다. 이는 애그리비즈니스 개념의 실천적 의미로 해석된다. 6차 산업은 다름 아닌, 애그리비즈니스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각 부문을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 사업행동으로 볼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외식업이나 도소매업 분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많은 수가 창업 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원인을 들 수 있다.

식량수요 그대로, 공급기반 불안

우리나라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2016년 대입정원이 52만명인데, 5년 뒤쯤 수험생은 40만명으로 줄어서 대학 경쟁률은 1대 1이 될 전망이다. 2016년 초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직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선진국에는 직업 510만개가 사라진다고 한다. 과거나 지금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은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보장하기 힘들다. 향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러한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차별적인 능력을 키우고 직업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인구는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고, 평균 연령은 60세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13.2%에 해당하는 657만명 정도이다.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38%인데, 이는 1970년의 4.9%에 비해 8배, 2005년의 18.6%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라고 볼 수 있다. 농촌에서 농사에 종사할, 활력 있는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는데, 나이든 농부는 쌀과 같이 기계로 영농이 가능한 작목만을 선택한다.

식량의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는데 식량의 공급기반이 흔들린다. 젊은 1세 농부나 영농 후계자는 수익성이 입증된 작목을 선택하거나 선택의 여지없는 경우가 많다. 여타 다른 작목 대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4년 12월, 세계적 투자가인 로저스 홀딩스 회장 짐 로저스는 서울대 MBA 과정의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특강에서 ‘젊은이여 농대(農大)로 가라’고 했다. 30년 후 쯤엔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농업의 수익성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게 이유이다. 모든 사람이 농축산 생산을 등한시 하고, 도시로 몰려갈 때 역으로 생산부문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농축산 생산관련 산업, 즉 애그리비즈니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농산물 제조와 식품 가공 부문이 발달한 배경에는 소비자가 편리한 식제품에 대해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편리한 제품을 위한 마케팅 서비스를 더 찾게 될 것이다. 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또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농업 수익성에 대한 전망 주목을

최근 방영된 TV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에는 메스티아 지역주민이 모여 직접 돼지를 도살하고 해체하여 나눠 먹는 모습이 있다. 담당 PD는, 우리는 고기 먹고 싶을 때 그냥 마트에 가서 사면되는데, 메스티아 (지역)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고기 한 점의 가치를 더 잘 안다고 했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던 도시지역에 사는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치기는 힘들다. 이미 소비하기 쉽게 가공되고 포장된 제품을 찾는다. 편리함의 가치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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