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화됐다. 설 특수가 사라졌다. 농축산물 소비의 최대 대목인 설 시장이 기대 이하의 극심한 침체를 겪은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여기에 설 대목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농축산물 판매가 대폭 줄어들었다. 당연히 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설 대표품목인 사과의 경우 1월 17일부터 24일까지 5kg상품 기준 평균값이 1만5765원으로, 2012년 이후 최저가다. 1만원 가격대를 형성한 것도 처음이다. 배 역시 설 대목 때 평균 7.5kg상품 3만원대를 형성했으나 올해엔 2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한우고기 등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판매비중이 높은 중간대 한우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하면서 도매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한우지육 평균 도매값이 1월 상순에 1kg당 1만6000원대에서 20일 이후에는 1만4000원대로 떨어졌다. 사실상 이번 설 시장에서 대표적 농축산물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더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판매가 안됐으니 자연히 재고량은 늘게 되고, 홍수 출하에 따른 값 하락 등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산은 수확기 잦은 비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반면 수입산 과일은 산지작황이 양호한데다 고품위다. 자칫 수입산에 시장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엎친데 겹친격이며,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할 수 있다. 또다시 청탁금지법에서 우리 농축산물을 제외시키라는 농업계의 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마침 국회 농해수위에서도 청탁금지법 수정 결의문을 다시 만지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반드시 농축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려 정부차원의 소비촉진 운동 등 소비 및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농민들도 분산 및 고품위 출하, 다양한 품종 재배 등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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