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긴급 수입한 미국산 계란이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계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백색 수입계란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산 가격 하락세에다 소비자들 높은 거부감 불구
수입·유통업체 “항공 대신 해상운송으로 값 낮춰야” 
운송기간 17일이나 돼 유통기한 등 안전성 우려도 


지난 1월에 미국산 계란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한 한 업체에 따르면 계란수입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정부가 설 전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산 계란 수입을 지원한다고 발표를 하자 국내 일부 산지에 적체된 계란이 시장에 공급됐고, 국내산 계란 가격이 하락해 미국산 계란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계란 수입 업체는 수도권의 중소할인마트에 미국산 계란을 납품해 한 판(30알)당 8950원에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산 계란 소매 평균 가격은 1월 18일 9499원, 24일 9107원, 31일 8817원, 2월 1일 8752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이 때문에 모 중소유통마트의 경우 설 전에 미국산 계란 400판 정도를 확보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현재 판매량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계란 수입·유통 업체들도 수입 원가 이하의 가격에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롯데마트도 미국산 계란 100톤(약 5만판)을 수입해 8490원에 판매했지만, 소비자들이 백색계란과 수입산이라는 거부감을 가져 판매가 부진해 5000판 정도가 재고로 남아 500원가량 할인행사를 통해 재고를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계란 수입·유통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미국산 계란에 관심을 보였지만, 수입과 백색계란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국내산 계란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자를 계속 유지한 채 수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계란 일부 수입·유통 업체들은 항공 운송 대신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상 운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운송 시 수입 계란의 소비자 판매 가격을 지금보다 3000원가량 낮춰 5500원 선에서 판매할 수 있어 국내산 계란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선박 운송비 지원(톤당 9만원)을 받아 해상으로 수입하면 계란 1개당 운송비가 28원으로 항공을 이용할 때 152원보다 124원 낮출 수 있다. 30개 한판당 3720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운송기간이 17일이 소요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해 놓은 수입 계란의 유통기한은 산란일로부터 45일이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되더라도 유통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또 운송 과정에서 계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에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 적어도 이틀의 시간이 소요돼 유통 기한이 더 짧아진다는 것이 계란 수입·유통 업체의 설명이다.

계란 수입·유통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입산 계란의 경우 국내산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해야지만 구매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해상 운송을 하면 국내산 계란 가격보다 2000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수입 계란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해상 운송을 하면 유통 기한도 짧고 손상 등 위험이 있어 대량으로 수입하는 것은 선뜻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시애틀에서 1월 21일 출발한 계란 19톤이 냉장 컨테이너를 통해 1월 31일 부산항에 들어온 바 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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