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가격 가라앉고 채소류도 소비침체에 허덕
한우 선물세트 판매실적 감소, 돼지고기도 보합세

농축산물 소비의 최대 대목인 올 설 시장이 무너졌다. 작황이 크게 부진해 출하량이 급감한 일부 월동채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농축산물 가격대가 소비 침체와 맞물려 폭락했다.

이번 설 대목 시장이 무너진 주된 이유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한 소비 심리 악화와 더불어 설 대목을 강타한 한파 등의 영향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설 이후 농산물 시장에서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과일 시장, 그중에서도 설 대목 최대 소비 과일인 사과와 배 시장이 가라앉았다. 소비지 시장으로 물량을 분산해야 하는 도매시장 특성상 도매시장에서 대목장이 사실상 끝나는 시점은 연휴 시작 3일 전. 이를 기준으로 그 이전 일주일간의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가락시장에서 올 1월 17~24일 사과 5kg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1만5765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의 설 대목 사과 가격 동향을 보면 설 기준 이 기간 2016년엔 2만566원, 2015년엔 2만3009원, 2014년엔 2만4132원을 유지했다. 2013년과 2012년에도 각각 2만3686원, 2만6858원을 형성해 올해 유독 가격대가 낮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올해 설에 물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기간 올 설 대목 가락시장에 2785톤(경매 후)의 사과 물량이 들어온 반면 지난해 설 대목엔 4130톤, 2015년엔 3148톤의 사과가 반입됐다. 

배 시장도 대동소이해 평년 설 대목 평균 3만원(7.5kg 상품)대에 형성됐던 도매가격이 올 설 대목엔 2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채소류 중에서도 남부권이 주산지인 노지 월동작목을 제외하고는 고추류, 양채류 등 다수의 품목이 소비 침체 속에 가격 하락에 허덕였다.

가락시장의 이석철 서울청과 과일총괄부장은 “과일의 중심인 사과와 배 시장이 이번 설에 너무 무너졌다. 청탁금지법 시행, 어수선한 시국 등 여러 사회적 요인에다 설 대목에 한파까지 찾아와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며 “재고가 많고 소비 여력도 없어 설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고 전했다.

한우고기 등 축산물 설 대목 경기 또한 당초 우려했던 그대로 한파를 맞았다. 특히 한우 선물세트 판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고가와 저가 상품은 그나마 실적을 유지했지만 판매 비중이 높은 중간 가격의 상품은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설 대목 축산물 동향은 도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도축 두수가 지난해 설 명절보다 5.6% 줄어 공급이 감소했는데도 도소매 가격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우 지육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1월 상순에 1kg당 1만6000원대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설 대목이 다가 와도 하락 흐름을 보이며 1월 20일 이후에는 1만4000원대로 더욱 떨어졌다. 소비침체 여파 때문인지 소매가격 또한 약보합세 행진이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 또한 보합세를 보이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특히 농협축산경제가 전국 축산물프라자 20개소의 매출실적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보다 11.8% 감소해 위축된 축산물 외식경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유통업체 한 축산물 바이어는 “한우선물세트는 두 자리 수의 판매실적 감소를 보였다”며 “반면 가격이 저렴한 캠햄은 늘었고 한우고기의 가정내 실소비자 구매 비중이 예년보다 올라 한우 소비패턴이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병성·김경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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