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이후 과일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늘어난 재고와 저장성 문제, 수입과일을 중심으로 한 경쟁 품목 증가 등 여러 난제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 속에 고품위 위주의 출하 진행과 소비·홍보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하반기에 수확하는 올해산 물량까지 여파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평년 명절보다 재고 증가…사과 산지수집상 보유량 많아
바나나·오렌지 등 늘어나고 딸기 등 과채류도 증가 전망
분산출하 시급, 고품위 출하…상품성 없는 물량 폐기를


▲설 이후 과일 시장에 놓인 난제=우선 이번 설 대목 청탁금지법 시행, 한파 등의 영향으로 사과·배 시장이 위축되면서 설 이후 재고 물량이 평년 명절 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극심한 가격 하락에 허덕이던 사과의 경우 산지수집상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재고 물량이 많은 가운데 저장성이 좋지 못한 물량도 어느 해보다 늘어나 있다. 지난해 생육기 가뭄과 수확기 잦은 비 영향으로 경도가 떨어지는 등 저장성이 약한 물량이 많아 과일 시장에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산 과일과 경쟁할 수입 과일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산 바나나, 미국산 오렌지 등 현재 주 수입 과일 품목의 경우 산지 작황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출하물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딸기와 토마토 등 과일 시장에서 경쟁을 할 과채류 물량도 2월을 넘어서며 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딸기의 경우 올해 재배 면적이 늘었음에도 일기불순으로 아직 많은 물량이 나오지 못했지만 과채류 특성상 날이 조금만 풀리면 지금껏 못 나온 양까지 합쳐져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산지에선 관측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설 이후 과일 시장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분산 출하와 함께 고품위 출하가 중심을 이뤄야 한다고 유통 종사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강남규 농협가락공판장 과일부장은 “이번 설에 과일 품목 중 선전한 품목은 감귤류밖에 없었다. 감귤이 당도가 높게 형성되는 등 맛이 좋다 보니 잘 팔렸고 설 이후에도 시장 전망이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감귤을 벤치마킹해 고품위 위주의 출하가 설 시장 이후 과일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넘어 상품성이 없는 물량은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칫 여름철부터 나올 사과·배 조생종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연쇄적으로 주품종이 나올 가을 이후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산지에서 물량을 폐기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이런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전체적인 과일 시장에 영향을 줘 결국 여러 품목이 동반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고당도의 수입과일이 들어올 텐데 경쟁할 수 없는 물량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보 등 소비대책의 중요성 강조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명절에만 물량이 몰리지 않도록 품종의 다양성 도모, 품목 간 적정 재배 유도 등 다양한 대책을 올 3월에 나올 과일산업발전계획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신 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본부장은 “커피 마실 때 비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맛에 맞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과일도 양보다는 질 위주의 출하를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비·홍보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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