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의무자조금의 거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경작농가가 납부하는 자조금 거출 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용역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5년 7월 농산물 최초로 의무자조금을 도입한 인삼 분야가 짧은 시일 내에 의무자조금을 연착륙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당장은 민감한 부분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업계 내부적으로 충분히 공론화해야 할 사안이라 주목된다.

지역농업네트워크 보고서 ‘납부 규모 확대’ 제안
출범 2년여 만에 연착륙…“내실화 모색할 때” 여론
“장기적 관점서 거출금액 상향 불가피” 목소리도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니=지역농업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발표한 ‘부과대상별 인삼의무자조금 거출기준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안)’에는 인삼 의무자조금 거출 규모 확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전체 보고서 내용 중 일부에 들어있다. 핵심은 자조금 규모 확대를 위해선 농가 납부 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작 농가가 납부하는 거출 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인삼 자조금 중 농가들이 내는 거출금은 식재 2년, 직파 1년 경작면적 기준으로 a(아르)당 1800원이다. 생산자 단체는 a당 120원을 납부한다.<표1 참조> 2017년 인삼 의무자조금 조성 규모는 약 25억원이며, 이 가운데 정부 매칭 보조 및 전년 이월금을 제외한 인삼 업계가 거출하는 금액은 생산 농가 4억5900만원, 생산자 단체(인삼 농협) 1380만원, 자체검사업체 3억2000만원 등 총 8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농가 거출금 확대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파프리카 분야의 자조금이다. 2015년 파프리카는 생산액 1989억원의 0.59%에 해당하는 12억원을 임의자조금으로 거출했으나, 인삼은 생산액이 8164억원임에도 거출액은 0.09%인 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표2 참조>

다만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인상폭이나 인상 시점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인삼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가격 안정, 수급 조절 등 자조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 골자다.

▲관련 업계의 생각은=거출 규모 확대 이전에 일정 기간 동안 자조금 사업 운용 과정에서 여러 사업을 추진해 보고, 이를 통해 사업성과 점검 및 향후 계획 등을 보다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인식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강원 지역의 한 경작농가는 “현재 시점은 의무자조금이 출범한 지 올해 3년차에 불과해 막 출범기를 지났을 뿐 안정기 단계에 안착하기 이전인 과도기 상황이라고 보여진다”며 “자조금 사업 운영 역시 아직 뚜렷한 성과나 결과 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거출 규모 확대 이전에 자조금 운용의 내실화를 꾀해야 하는 부분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작농가도 “거출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무임승차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이에 대한 불만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계획적으로 자조금 사업을 추진해 자조금을 조성하면 농가들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농가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자조금 거출 규모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인삼 의무자조금 출범 과정에서 거출 기준과 규모 등을 논의한 당시에도 현행 자조금 거출 규모와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삼 의무자조금의 한 대의원은 “민간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의무자조금이 도입됐고, 장기적으로 자조금 운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 시점에 가서는 자조금 거출 금액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자조금 규모론 침체돼 있는 인삼 산업 전반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대 시점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적으로 스스로 필요성을 인정해야 가능한 부분일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출 규모 확대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 우선인지, 또는 자조금 운용을 내실화해 그 효과를 높일 것인지 여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면서 “자조금 규모를 늘리는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보여지지만, 인삼 산업의 여건과 대부분의 거출을 담당하게 될 농가들의 상황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구용역에서 비교한 파프리카 농가의 경우 인삼에 비해 단위평당 정부 지원금액이 굉장히 높은 데다 인삼 분야가 일자리 창출 등에서도 훨씬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갖고 있는 등 단순히 수치상의 비교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인삼은 생육기간이 최대 6~7년으로 길어 이자 비율이나 자금 압박 등이 훨씬 많고, 생육 기간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손실되는 비용도 많아 이런 부분들에 대해 농가들이 받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조금 규모 확대를 위해선 산업이 처해진 여건을 잘 살피고, 단계적으로 분명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이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의무자조금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축산 분야에서 말하는 부분이다.

30억원대 수준의 자조금을 운용하고 있는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의 김종준 국장은 “산업 규모가 커지는 경우에는 제한된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응을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조금을 운용하는 주체는 농가 등이기 때문에 인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분명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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