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한 유통마트에서는 미국산 계란 판매가 시작됐다.

설을 앞둔 지난 22일부터 미국산 계란이 소매시장에서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 미국산 계란 수입은 수급난으로 급등한 계란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긴급 할당관세 조치로 이뤄졌다. 22일 미국산 계란을 판매하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할인마트 계란 판매대에는 미국산 계란 판매 소식 때문인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았다.

이 할인마트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계란 가격(30알)은 8950원으로, 국내산 특란 9900원, 왕란 1만1500원에 비해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2600원까지 차이가 났다. 장을 보던 소비자들은 계란을 꼼꼼히 살펴보며 구매를 고민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과감하게 장바구니에 미국산 계란을 담았고, 또 다른 소비자들은 판매대에 계란을 내려놨다.

미국산 계란을 구매한 김명숙 씨는 ‘싼 가격’을 구매 이유로 꼽았다. 김명숙 씨는 “미국산 계란이 수입됐다는 뉴스를 보고 마트에 왔다”면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식비에서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계란이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하게 유통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산 계란의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설 제수용품을 구매하러 온 한윤정 씨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외국산으로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윤정 씨는 “일 년에 한 번뿐인 설 차례상인데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고 외국산 계란을 쓸 수 없다”면서 “국내산 계란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으니, 시간을 좀 더 두고 계란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산 계란 소비자 가격(30알/특)은 16일 9518원에서 18일 9499원, 20일 9285원, 23일 9180원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고, 경남과 수도권 지역에서 이동제한이 풀리며 유통 현장에 계란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마트가 당초 미국산 계란을 8990원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23일 8490원에 판매하며 국내 계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계란 수입·유통 업체 대표는 “미국산 계란 수입과 국내산 계란 출하량이 늘어 시장 공급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계란 유통 상인들과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계란 가격을 조금 더 내리면 국내산 계란의 산지 가격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일까지 총 394톤(670만개)의 수입산 신선란과, 217톤(1070만개)의 계란가공품이 수입됐다. 농식품부는 설 연휴 전까지 국내 기존 물량과 수입 물량 등 총 2200만개의 계란을 시중에 유통해 계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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