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요즘 개헌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농업분야와 관련해 볼 때 가장 대표적인 헌법 조항은 제9장 121조일 것이다. 이는 농지에 대한 ‘소작제도를 금지하고 대신 농지의 임대차나 위탁경영은 일부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농지법도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는 농업인이나 영농법인만이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농지법이 계속 개정되면서 비농업인(도시민, 기업 등)도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농민이 농지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농지의 50% 정도가 임차농지이며, 농업인의 60% 정도가 임차농이다. 이 비율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임차농이 증가하는 이유는 이농, 농촌인구 고령화로 유휴지 증가 및 재촌지주화, 비농업인 농지소유 증가, 농지전용 증가로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자산으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임차를 선호하는 경향 등으로 보인다.

국토 좁은 우리나라 임차농 증가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임차농 문제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생산요소가 바로 농지이다. 그리고 그 소유경영방식은 농업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필자는 농지소유 관련 문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이다. 비농업인 농지소유가 완화될수록 농지가 투기 대상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 저금리시대가 이를 더 부추긴다. 농지 소유자는 영농활동보다는 농지에서의 자본이득 추구, 과다한 임대수입 추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농지가격이 상승하여 신규 취농자(귀농, 후계농 등)는 진입에 제약을 받는다. 또한 부재지주가 부정한 방법, 탈법적인 방법으로 직접지불금 수령을 하는 일도 발생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와해되면 농업기반에서 생산주체가 취약해 진다.
둘째, 식량안보의 원칙이다. 농지전용은 신중해야 한다. 얼마 전에 일각에서 쌀 과잉 해소를 이유로 논의했던 농업진흥지역을 비농업용으로 전용하자는 발상은 이 원칙에 위배된다. 혹시라도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농지 투기 및 농지가격 상승의 악순환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비농업 산업자본이나 투기자본을 위한 농지전환이 안되도록 해야 한다. 농지전용의 확대는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만일 산업자본이 농업에 진출하면 가족농과 지역의 농업공동체는 와해되고 자본의 수직적 계열화 시스템에 편입되게 될 것이다.

셋째, 농업환경보전의 원칙이다. 휴경지가 많은 곳에서는 1년씩 순차적으로 농업환경보전과 지력회복,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휴경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휴경지에는 녹비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서는 농업환경보전을 보상으로 직불제를 실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친환경농업, 토양의 질이 중요

이제 본론으로 가서, 친환경농업 농지임대차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친환경농업 농지는 일반농지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친환경농업은 토양의 질이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위한 전환기간이 필요해서 매몰비용이 더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친환경 농지의 소유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이론적으로는 농지임대차 문제는 임대인(주인)과 임차인(대리인)의 관계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농지임대차의 개념은 소작제와는 달리 상가 임대차 하듯 임차인이 수확량과 상관없이 지가를 기준으로 임대인에게 일정액의 임차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대차와 소작의 개념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임차농 문제는 ‘농지 소유·경영구조 -> 임대차 계약 -> 거래비용 발생 -> 유기농업 확산에 영향’이라는 경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농지 임대인의 이익은 결국 임차료 수입을 극대화하거나 농지보유에 따른 자본이득(capital gain) 또는 농지의 내재적 가치의 확보에서 실현된다. 임차인의 효용극대화는 임차료를 공제한 후의 이익이나 영농규모 확대효과, 보유하고 있는 영농설비를 규모 있게 이용할 수 있는 요건구비 등일 것이다. 보통 일반농지에서 임차인이 상업농을 하는 경우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고투입농업을 함으로써 지력소진, 과도한 설비투자, 온실가스 발생 등으로 주변 농업환경에 위해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농업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앞서 말한 임차인의 기회주의적 행동은 곧 대리인문제가 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에서도 임차농의 계약관계가 불안정적일 때는 이러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몇 개 중소도시 근교와 농산촌지역의 350여 친환경농업 농가를 대상으로 임대차 관행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순수 자작농가가 42.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자작을 하면서 일부 임차하는 자소작은 41.7%, 소자작은 12.0%, 순수 임차농은 4.3%였다. 친환경농가의 58%는 임차농인 셈이다. 물론 이 통계를 우리나라 친환경농가 전체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개략의 실태는 파악되었다고 본다. 미국의 유기농가의 경우 65%가 순자작농인 통계와는 비교가 된다. 일반농업에서 처럼 자작농·가족농 농지 소유경영구조가 와해되고 임차농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농지를 임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계화 등으로 영농규모 확대가 필요하지만 농지가격이 비싸서 매입보다는 임차가 유리하며, 친지나 이웃의 위탁을 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5년 이상 서면으로 임차인 보호

친환경농업 농지 임대차 관행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친환경농업을 전제로 하는 농지임차에 대해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기임대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한 5년 이상을 서면으로 보장하는 장기임차계약을 하게하고, 이에 따라 선의의 임대인에게도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차농을 보호하기 위해 농지임대차 관련법을 다시 마련하거나 농지법 보완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에서 신규로 친환경농업을 하려고 하는 취농자에게 농지구입 자금을 지원하거거나, 국공유지를 장기 임대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현행 농지은행의 농지유동화 사업을 활용하여 지역단위로 소규모 경축순환형 친환경농업 지구 또는 작목반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신규 취농자, 젊은 후계자나 귀농인에게 우선으로 장기 임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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