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축령산 입구에 위치한 추암마을의 농민들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러 시장에 가는 대신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마을에서 나는 친환경 식재료만을 사용하는 착한밥집이자 열정 가득한 청년셰프 김주엽(26)씨가 운영하는 ‘백련동 편백식당’이다.

26세의 팔팔한 나이, 최근 요리프로그램에 나오는 셰프들처럼 화려한 모습을 동경할 법도 하지만 흔한 양식, 중식보다 한식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김 씨는 천생 요리사다.

“양식의 주재료는 수입산이지만 한식은 신선한 우리농산물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안전한 먹거리라는 것을 보증할 만하죠.”

식당을 본격적으로 운영한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친환경 식재료가 지천인 장성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보고 싶다는 김 씨의 태도와 표정은 여느 베테랑 셰프 못지않았다.

김 씨의 농가식당에선 시래기 된장국, 직접 만든 두부, 생선찜, 쌈 채소, 묵은 김치 등 9가지 밑반찬으로 구성된 ‘시골밥상’과 12가지 반찬의 ‘백련동 밥상’ 2가지 메뉴를 판매한다.

이 모든 식단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것으로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꼼꼼하게 선별, 구입해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또 김 씨는 신선한 재료를 매일 확인하고 거리가 멀거나 거동이 불편한 지역농민들을 위해 물건을 직접 가져오는 수고까지 하고 있다.

“버스로 중학교를 통학하면서 어르신들이 농산물을 큰 보따리에 이고 가시는 것을 보고 ‘우리 식당에서 전부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버스에 싣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제값도 못 받고 판매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깝더라구요.”

어려서부터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을 생각한 김 씨는 조리학과를 졸업하며 꿈을 구체화 시켜왔고, 이제는 지역민들과 상부상조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맛있게 식사를 마친 고객들이 식단에 들어가는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늘자 김 씨는 고객들이 생산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

품질은 좋지만 소량 생산으로 농협수매나 시장판매가 어려운 지역농민들이 직접 물건을 가져와 판매할 수 있도록 식당근처에 판매대와 텐트,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 또 이렇게 농민들이 판매를 하고 남은 농산물은 전량 사들여 식재료로 사용하며 지역농산물 판매확대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점차 장터의 규모가 확대돼 최근엔 시장 형식으로 운영이 되는 등 김 씨의 농가식당은 지역농민들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김주엽 씨는 “향토음식들은 대부분 정해진 레시피가 없어 같은 재료라도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진다”며 “지금의 시골 밥상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레시피를 책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향토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장성=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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