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기, 새 천년의 출발인 2000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좌절과 절망은 모든 지난 세기에 묻어버리고 희망찬 농업을 새롭게 만들자고 출발했던 2000년. 우리 농업계로선 이런 기대와 달리 그 어느해보다 많은 시련과 고통의 한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농업계 외부에 깊게 박혀 있던 농업경시 풍조의 만연과 오렌지 등 수입농산물의 봇물로 국내 농산물값이 폭락, 오히려 농가경제와 농민들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구제역 파동, 산불과 가뭄, 태풍 등 농업재해의 엄습으로 농민들의 시름을 더했으며, 정부는 42만 마늘농가의 마지막 바램을 저버리고 마늘협상에서 중국한테 무릎을 꿇었고, 이 여세를 몰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였다. 특히 그동안의 농정실패로 빚어진 농가부채의 과중으로 많은 농가가 도산, 또는 일부 지역에서 자살하는 농가가 속출했으며, 급기야 농민들이 총궐기에 나서 농가부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농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농업·농촌 회생을 촉구, 결국 농가부채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얻어냈으며 한국마사회의 농림부 환원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의 피나는 싸움으로 일궈낸 이러한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해에는 우리 농업·농촌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도전이 더 거세질 것이다. 농업·농촌문제를 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 않으며,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농산물 소비부진 현상이 장기화돼 농산물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과 중국의 WTO 가입으로 개방압력은 더 거세질 것이다.우리는 새 시대, 농업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전문화, 조직화, 지식화, 정보화가 우리 농업의 살길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런 농업의 생존 방안을 얼마나 실천했는가. 이에 대해 정부 조직 및 산하기관은 물론 협동조합, 농민단체, 농민, 관련업계, 학계 등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데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만 살겠다는 농업계 일각의 이기주의적 발상으론 경쟁력 획득은 물론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새해에는 농업계의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해 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널리 날려보내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 올해보다 더 어렵다는 내년에는 농업·농촌·농민의 재도약을 위해 농업계의 모든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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