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 업계는 설 명절 이후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11월에 발생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3200만수의 가금류를 살처분 매몰하고, 인체 전파에 대한 우려로 소비까지 위축됐기 때문이다. 생산과 공급이 감소하고 있지만 설 이후 가격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금 유통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국산 가격 정점 찍고 안정세

▲계란=계란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고병원성 AI로 인해 산란계 전체 사육마릿수의 33%인 2305만수를 살처분 매몰해 유통 시장에 계란이 부족해 소비자 가격은 평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가정에서는 계란 소비를 줄이고, 식당에서는 계란을 다른 식재료로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1월 둘째 주에는 계란 소비자 가격(30알)이 1만3000원가량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소비 위축과 일부 지역 이동제한 완화로 1만1000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임성규 한국계란유통협회 유통위원장은 “지난 12월보다 계란 수급 상황이 호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계란을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며 “현재 중소할인마트에서 계란 한 판에 1만1000원에 판매하는데, 이 가격은 설 명절까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설 명절 수급 안정을 위해 계란 수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수입업체들이 미국에서 400톤가량을 1월 둘째 주에 수입하고, 일주일가량의 검역·검사를 거쳐 21일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산 계란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이고,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흰색 계란이 전체 물량의 70%를 차지해 계란소비가 감소하는 2월에는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계란 유통 상인은 “지난 주말부터 계란 한 판에 8980원에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산 계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미국산 계란을 구매하겠지만, 설 이후에는 구매 여부가 불투명하다”라고 전망했다. 


3만~5만원대 중저가 인기

▲닭·오리=닭과 오리 업계도 근심이 가득하다.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육계와 토종닭 265만수, 오리 245만수 등 510만수를 살처분 매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체 감염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닭·오리고기 섭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농협유통에 따르면 1월 둘째 주까지 닭고기 판매량은 13만8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3000개 감소했고 오리고기의 판매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닭·오리 업계는 어두운 분위기를 닭·오리 가공육 선물세트 판매로 타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닭·오리 가공육 선물세트의 경우 생산단계에서 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생닭·오리에 비해 안심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난 9월에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라 소비자들이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선호하는데, 닭·오리 가공육 선물세트는 3~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돼 호응이 좋은 상황이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지난 추석에는 계열업체들이 닭·오리 가공품 선물세트를 5만2300개가량 생산했는데 모두 판매했다”면서 “올해에는 계열업체들이 선물세트 수량을 늘려 7만개가량 생산,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