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강원도 횡성군 박 모씨는 황당한 명세서를 한 통 받았다.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에 응한 박 씨는 벼 40kg 기준으로 받은 우선지급금 4만5000원 중 860원씩 총 5만7620원(67포대)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명세서였다. 지금껏 통상적으로 우선지급금은 확정가격의 80% 정도를 산정해 지급이 됐고, 거의 그 가격에 확정가격도 맞아들어갔다.

하지만 농림부의 예측 가격보다 낮은 4만4140원으로 가격이 확정되면서 우선지급금 반환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횡성지역 전체로 보면 공공비축미가 489톤, 시장격리곡은 1235톤으로 농민들이 반환해야하는 금액은 3700만 원 정도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것은 어려운 우리 농업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FTA로 급증하는 수입농산물에 대응해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전망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FTA 대응책으로 약간의 생산보조금과 폐원 보상금 등 단순한 정책만 책임지고 나머지 중요한 유통과 가격지지 정책은 특별히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랭지채소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농업인들의 소득 지지보다는 소비자 가격 안정에 중점을 두어 농업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 모씨는 “정부의 전문가들도 쌀값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생산보다는 가격 지지를 통한 농업인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백종운 강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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