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이후 첫 명절을 맞는 가운데 축산 시장에서는 소비 위축으로 거래가 둔화됐다.

지난해 9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농림축수산업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소비 위축이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을 맞은 축산 시장 분위기는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래가 둔화돼 있었다. “이제 명절도 없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설 명절 축산 시장 분위기를 점검했다.


●한우
10만원대 세트만 가끔 문의
가정 소비용은 수입산 많이 찾아
경락가격도 안오르고 '꽁꽁'

●돼지
돼지갈비 선물세트 물량 확대
실제 소비로 이어질진 미지수
선물시장 축소로 부정적 전망


▲한우=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을 맞이한 한우 시장은 매서운 겨울 한파가 몰아친 듯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청탁금지법의 여파인지 소비자들이 주로 많이 찾는 대형마트는 물론, 고급 선물세트가 판매되는 백화점까지 한우 선물세트를 주문하거나 문의하는 소비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격대는 서울 지역 대형마트의 경우 불고기·국거리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11만원대부터, 구이류가 일부 포함된 구성은 10만원대 후반부터, 구이류는 20만원대부터 4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었다. 백화점은 불고기·국거리 세트가 1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됐으며, 구이류는 20만원대 중반부터 70만~80만원대까지 다양한 구성의 선물세트가 준비돼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그나마 10만원대 중·후반 가격이 주류를 이룬 한우 냉동 갈비세트만 간간이 제품을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보였고, 10만원대 초반으로 구성된 미국산 냉동갈비 선물세트도 판매가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한 대형마트의 정육코너 직원은 “아직은 설 연휴가 2주 정도 남아서인지 한우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별로 없다”며 “일반 가정 소비용 쇠고기도 한우보다는 수입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다”고 언급했다.

소매시장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선물세트는 물론, 명절에 사용하는 정육도 거래가 시들한 상황이다. 서울 마장동에서 한우를 유통 중인 원광미트라인의 이광열 대표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명절에는 정육이라도 팔리는데 올해는 등심은 고사하고 정육 판매도 안 된다”며 “지난해 설 명절까지만 해도 물량을 서로 가져가려 했지만 올해는 가져가 달라고 부탁해야할 처지”라고 도매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시장이 이 지경이니까 설 대목을 앞둔 경락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면서 “한우 유통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락가격으로는 우리 한우 농민들이 다 죽게된다”고 우려했다.

전국 축산물공판장에서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 한 때 1kg당 1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한우 전체 평균 경락가격이 올해 1월 들어 1만6000원 대로 회복했으나 설 명절 대목시장으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1만5000원 대(1월 14일 기준)로 하락했다.

김욱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요즘 경매가격을 보면 청탁금지법 때문인지 이제는 명절도 없는 것 같다”며 “설 이후에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조금 안정이 돼야 한우 소비도 되고 가격도 좋은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돼지=도매시장 지육 경락가격은 꾸준히 오름세에 있으나 최근 들어 돼지고기도 소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고지방 다이어트 이슈와 김장 관련 수요로 소비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삼겹살·목심 등의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소비에는 특정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에 돈육 유통업체들은 소비는 부진한데 지육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1월 14일 기준으로 지육 평균 경락가격은 탕박 기준 1kg당 5613원으로, 5000원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형성이 돼지갈비 설 선물세트 제작 물량 확대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여파로 한우 수요가 돼지갈비 선물세트로 일부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갈비 주문이 늘어나게 됐고, 이러한 분위기가 가격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상승은 실제 소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돼지는 소에 비해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미미한데다 소비 자체도 설 연휴에 들어가기 5일 전부터나 이뤄져 최근의 돈가 상승이 소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이선우 부장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로 선물 시장 자체가 축소돼 돼지고기의 경우도 설 특수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갈비 주문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실제 판매까지 확대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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