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수입 과일이 국내 시장에 대거 들어오고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를 중심으로 한 시장 개방 확대와 이로 인한 관세 인하 품목의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로 이 현상이 최근의 설 시장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입중량 86만 3700톤 ‘역대 최대’ 반면 수입액은 감소
2015년 1톤당 2074달러였던 수입단가 작년엔 1853달러 불과
청탁금지법 맞물려 ‘저가 선물세트’ 안착…국내산 과일 치명타  

 

한국농어민신문이 15일 나온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모든 신선·건조 과일에 견과류까지 포함한 수입 과일(HS코드 08 : 식용의 과실과 견과류 등)의 수입 중량은 86만3663톤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의 82만9059톤은 물론 가장 많은 수입 중량을 기록한 2012년의 84만170톤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2016년 수입 금액은 16억49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만여톤이 적었던 2015년의 17억1956만달러와 79만4483톤이 수입돼 16억3970만달러의 금액을 기록했던 2014년보다 적었다. 수입 중량은 늘어난 반면 수입 금액은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2015년 1톤당 2074달러였던 수입 단가가 2016년엔 1톤당 1853달러에 불과했다.

중량은 늘어난 반면 금액이 줄어든 것은 기존 관세 품목이 무관세로 수입됐거나 무관세 등 저가의 품목이 새롭게 진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칠레산 신선포도의 계절관세가 무관세로, 2015년과 2016년엔 페루와 미국산 포도의 계절관세가 무관세로 전환됐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무관세인 저가의 칠레산 체리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등 신규 진입 수입 품목도 늘어나고 있다.

저가의 수입 과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과일시장에서의 국내산 과일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이번 설 대목에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 저가의 과일 선물세트 중심에 수입산 과일이 있다. 실제 최근 한 유통업체의 사전예약 팸플릿을 보면 2만원대 첫 선물세트 코너에 이스라엘 자몽·스위티 세트가 들어가 있다. 반면 이번 설 대목장에 국내산 과일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과일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상무는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시장을 수입 과일이 점령하다시피 한다. 이 여파로 우리의 경우 평년 명절 대목에 700~1000개의 선물세트가 나갔다면 올해엔 200개 정도로 평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가의 수입 과일이 늘어난다는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국내 과일 시장엔 큰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고, 이번 설에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상무는 “정부에선 고품질 재배를 유도하면서 시장에선 이 고품질 물량이 외면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청탁금지법의 현실성 있는 개선과 더불어 국내산 과일 홍보와 소비 대책 등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