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양돈 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병 발생 차단, 냄새 문제 해결 등에 대한 농가 스스로의 의지는 물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농림축산분야 생산액 2위 품목. 바로 돼지다. 올해는 내심 1위 품목으로의 도약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질병 및 악취 문제 해결, 양돈업 인식 개선 등 내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양돈 산업의 내적인 성장을 위해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올해도 구제역 발생 안심 못해

▲질병 차단=다행이 올 겨울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매년 구제역 발생 때문에 양돈업계가 홍역을 치렀다. 올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4650농가의 돼지 5만4075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항체형성률 조사 결과 30% 이하 저조농가 수가 574농가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언제라도 구제역이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구제역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축사 내·외부에 대한 상시 소독과 함께 백신 접종 횟수 및 방법에 대한 준수가 필요하다. 또한 외부인의 농장 출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특히 여러 농장과 도축장을 드나드는 출하차량에 대한 꼼꼼한 소독은 물론 출하차량 운전자의 축사 내부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양돈장 간 평균 거리가 900m 정도로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한 번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인근 농장을 통해 전국적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구제역 발생 때마다 방역체계에 대한 질타를 받았던 만큼 구제역 항체 검사 및 기존 발생지역 방역 관리,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 방역시스템 점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악취저감 시설 보완 등 노력을

▲악취개선=양돈장 냄새로 인한 민원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이제는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양돈장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지난해 악취관리지역 지정 확대를 골자로 한 ‘악취방지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양돈 농가를 포함한 전체 축산 농가들의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악취방지시설 설치 등을 통해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폐쇄나 영업정지 처분은 물론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우선은 악취저감을 위한 시설 보완, 악취저감제 사용 등 농가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또 양돈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변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개선의지가 있지만 시설보완 여력이 없는 농가에 대한 예산 지원, 논란이 많은 악취저감제 효능에 대한 점검 및 검증 제품 보급 등 양돈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절식 인한 무게 감량 고려해야

▲출하 전 절식=정부가 3월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 뒤 ‘가축 출하 전 절식’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간다. 가축 출하 전 절식은 돼지·소 등 가축을 도축장에 출하하기 전 12시간 이상(가금류 3시간 이상)사료 급여를 중단하는 것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사료 값 및 도축장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분변으로 인한 오염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양돈 농가들은 도축장 환경문제와 불필요한 사료손실을 고려해 절식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농가의 상황도 충분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출하 전 12시간 계류를 거친 후에도 도축장에서 짧으면 3~4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추가로 계류하게 되는데, 이 때 돼지의 몸무게가 필요 이상으로 줄어 생체정산을 하고 있는 양돈 농가에서는 모돈 200두 기준, 월 150만~200만원의 손실이 발생된다. 이에 양돈 농가들은 절식을 하더라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감량된 무게를 고려해 지급률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계류 과정에서 돼지들이 입는 상처와 스트레스가 오히려 PSE육(물퇘지육) 발생의 큰 원인이 된다며 의무계류 시간을 8시간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절식에 필요한 계류장 설치에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다수 농가들이 사육제한에 걸려있어 계류장을 만들 경우 불법건축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절식시간은 탄력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해 절식 시행 과정에서 농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시급

▲생산기반 안정=한 때 1만호에 달했던 양돈 농가는 현재 4600여 농가까지 감소했다. 돼지 사육농가가 점차 규모화 되면서 사육두수는 늘고 있지만 가축사육제한 등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이제는 사육규모를 늘리는 것도 어려워 졌다. 또한 이러한 규제는 양돈 산업 진입을 어렵게 해 농가마다 후계인력 확보가 큰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내년 3월 24일로 다가온 무허가축사 적법화도 양돈 생산기반을 흔들고 있는 요소다. 전체 양돈 농가 가운데 68%인 3158농가가 적법화 대상으로, 이 가운데 70% 정도는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를 완료하지 못하면 폐쇄 명령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산 돈육의 공세도 국내 양돈 산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는 한우가격 강세로 인한 대체 수요, 뜻밖의 고지방 다이어트 이슈 등으로 국내산 돈육가격과 소비가 유지 됐지만 돼지고기 자급률이 70%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양돈 농가들은 무허가축산 적법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 마련, 규제 완화를 통한 양돈 산업 인력 확보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농가들도 악취문제 해결,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 정산체계 개선을 통한 가격 안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돈 농가들은 사조그룹, 이지바이오 등 대규모 축산기업들의 직접 사육 확대를 막아내는 것도 올해 양돈 산업의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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