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작년부터 우리 농업은 구제역과 AI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의 안정적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쌀 변동직불금 지급에 따른 재정곤란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정신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혹시 농민, 정책당국자, 연구자들을 포함하는 농업분야 종사자들은 농업 이외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변화에 둔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연히 세계적인 추세는 농업의 문제가 단지 농업 종사자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즉, 2008년부터 불어 닥친 세계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들이 온 힘을 다하고 있으며, 그 방법은 국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농업과 농촌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도 당연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작년 9월 EU는 새로운 농촌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코크 2.0선언(Cork 2.0 Declaration)’을 했으며, 이에 영향을 받아서 OECD도 11월에 ’농촌정책 3.0(New Rural Policy 3.0)‘을 발표하였다.

농촌, 쇠퇴지역 아니라고 재인식

세계적인 농정변화를 선도해 온 EU와 OECD의 농촌정책 변화는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를 직접적인 계기로 해서 시작되었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재정위기에 직면해서 농업과 농촌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를 토대로 각계각층의 논의를 수렴하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발견은 농촌이 도시에 비해서 쇠퇴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자는 ‘기저효과(基底效果)’를 이야기 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농촌지역에서의 일자리 증가율, 사업체 증가율이 도시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EU와 OECD의 농촌정책 개혁에서는 농촌사업체를 활성화해서 농촌지역의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이 주요 정책으로 제시되었다.

농업을 통한 경관관리, 생물다양성 증대, 토양 및 물관리 정책은 이미 EU와 OECD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후변화대응과 수질보전 정책이 핵심적인 사안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EU 회원국 중 영국에서는 농업활동을 통한 유역관리사업이 중요 정책으로 제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에서는 몇 번의 논의가 있었지만, 농식품부 정책에서는 거의 언급도 제대로 안된 분야이다.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에서 유역이 차지하는 부분은 전체 농지의 70% 이상이다. 따라서 유역관리를 통한 영농활동 규제가 적용되면 우리나라 농지의 대부분이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서 영농활동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환경 및 국토보존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수질보전 정책 부상 

농촌산업의 발전과 환경의 보존이 모두 농촌 주민들과 각종 단체 및 기관들의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EU와 OECD 농촌정책 개혁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소규모 농가의 참여와 그룹활동 지원, 농촌지역 주체들의 가치사슬 형성, 다양한 기관들의 파트너십 형성, 도농 간의 연계활동 강화, 농촌 거버넌스의 형성 등등 다양한 지역주도적인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EU의 LEADER 정책 경험을 통해서 이런 상향식 방식의 농촌정책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오늘날 농촌 거버넌스 중심의 정책 개혁을 추진하게 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주도로 공동체 회복이 관건

이러한 농촌정책 개혁은 경제위기 상황,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 결론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작년에 UN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을 사실상 그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무질서하고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세계경제 및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도 농촌정책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데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선진국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이 직면한 발등의 불을 끄는 것과 함께 이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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