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취지 훼손 않는 범위서 시행령 재조정, 농축산물 예외 인정을”

황교안 권한대행도 “합리적 조정 방안 검토” 주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넉 달째. 최근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기류가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설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청탁금지법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농업계에서도 청탁금지법을 손봐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에 다시 힘을 불어넣고 있다.

국회에서 연이어 청탁금지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정 정책협의회는 지난 8일 합의문에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농축수산업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그 대책을 여야정 정책협의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해소하고 , 특정업종의 시름이 깊어지지 않도록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청탁금지법 개정’을 언급했다.

3일 후인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원 새누리당(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은 “청탁금지법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경기를 위축시키는 등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면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령을 재조정하는 가운데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발언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경제부처 합동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와 정부에 이어, 농업계도 “청탁금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청탁금지법 가액기준을 완화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홍기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는 “설을 앞두고 있는 1월 중순인데도 농축수산업계에서는 전혀 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농축수산물 시장에 활기도 사라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하는 개정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정부, 농업계가 청탁금지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청탁금지법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물론, ‘신중론’도 여전하다. 청탁금지법이 수정되려면 국민권익위원회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의 ‘2017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등 특정한 기간에 적용을 배제해 달라든지 또는 국산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해달라든지 하는 이런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형평성 측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면서 “일부 연구기관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서 일부 업종의 피해 , 또는 소비심리의 위축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고, 또,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도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 등이 실태조사를 하고 , 그 조사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내면 들어보겠다” 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에 곧바로 칼을 대지는 않겠다는 풀이인데, 그래도 성 위원장이 “농축수산물 또는 화훼, 요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또는 “기본적으로 소위 3·5·10(음식물·선물·경조사비) 가액한도 규정은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고,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협상’ 가능성이 미미하게나마 엿보였다는 해석도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법’이기 때문에 입법기관이 국회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농업계와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청탁금지법 수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그래도 ‘청탁금지법을 왜 개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국민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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