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큰 폭의 추동력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정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쌀 생산조정제 예산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6년산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이 모두 지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 2017년산 쌀 생산량이 내년도 변동직불금과 새롭게 정해질 목표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벼가 수확된 후 이를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보다 논에서 곧바로 생산조정을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앙정부차원의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벼 수확후 시장격리보다 
논에서 생산조정이 경제적
중앙정부 예산 마련 시급


▲쌀값. 상승세이긴 하지만=지난해 12월 15일자부터 산지쌀값이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13만원대 이하에서 형성되면서 쌀값 회복 추동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기준 통계청 쌀값 조사에서는 20kg 기준 쌀값은 3만2332원으로 전순 3만2200원보다 132원 올랐다. 2016년산 쌀 수확기(10~1월) 조사치 중에서 두 번째 상승세다. 하지만 80kg 환산 산지쌀값은 여전히 13만원대 이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쌀값은 여전히 20년전 가격으로 지난해 수확기 쌀값인 80kg 기준 15만659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재고도 문제다. GS&J에 따르면 지난해 가공용 22만2000톤·사료용 10만1000톤 등으로 정부 재고미를 처분했으나 10월말 현재 정부재고량은 2015년보다 22.4%나 늘어난 165만6000톤에 이른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후 공공비축과 시장격리가 이뤄지면서 11월 말 현재 210만톤으로 재고량이 늘어난 상태다. 적정재고량의 3배에 가까운 추치다.

▲지자체 통해 생산조정=농민단체와 농식품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의 강력한 도입요구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의 반대로 쌀 생산조정제 도입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농식품부가 자연감소분 1만5000ha를 포함해 총 3만5000ha의 벼 재배면적을 감소시키겠다며 지자체의 예산을 통한 생산조정제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시·군별로 ‘쌀 적정생산 추진단’을 재정비해서 업무에 돌입하도록 하는 한편, 지자체에서는 쌀 관련 지원예산의 일부를 쌀 생산조정제에 쓰도록 한다는 방침. 방식은 당초 농식품부가 추진하려고 했던대로 ha당 300만원을 지원해서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곡관리를 담당해야 할 중앙정부의 예산은 빠진 상황에서 지자체의 예산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곡정책의 핵심시행주체가 바로 중앙정부인데, 이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정부재고도 못 털어낸다=특히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부관리양곡을 한 해 생산조정제를 실시하는 것으로는 털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중앙정부차원의 쌀 생산조정제 예산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와 국회 농해수위가 요구한 ‘쌀 생산조정제계획’에 따르면 첫해 3만ha에 이어 2년차 6만ha에서 생산조정을 하겠다는 것. 이렇게 해야 정부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2018년 총 270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 이는 올해 정부가 사료용으로 52만톤을 처분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손실 1조원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RPC운영조합 관계자는 “생산조정제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양곡정책이 ‘따르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주겠다’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정부재고량 해소와 산지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생산조정제 도입 말고는 마뜩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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