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절반이 평년값도 안되는데…

정초부터 채솟값에 대한 위기감이 부상하고 있다. 설 대목을 앞두고 몇몇 채소류 가격이 상승한 것을 두고 모든 채소 가격이 상승해 물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채소류 중 평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많고, 바닥세에 허덕이는 품목도 있다. 또한 이런 일방적인 여론이 조장돼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AI(조류인플루엔자) 영향까지 받고 있는 유통현장에선 매기가 가라앉는다는 등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작황 악화 월동채소나 재배면적 감소한 일부 상승세 
따뜻한 날씨에 물량 늘고 소비침체로 바닥세도 많아


▲채솟값 팩트는=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www.kamis.co.kr)에 나오는 모든 채소류(26개) 품목의 도매가격을 비교해보면 평년보다 최근 가격이 높게 형성된 품목은 절반인 13개에 그친다. 더욱이 기관 등에서 자주 대조하는 지난해와 비교해선 1개 품목 줄어든 12개 품목만이 지난해 대비 가격이 높다. 여기에 참깨, 들깨, 버섯류 등 채소류로 인식되는 6개의 특용작물 품목까지 더하면 총 32개 품목 중 절반을 넘는 17개 품목이 평년 시세를 밑돌고 있다.

물론 무와 양배추, 당근 등 노지에서 재배되는 월동채소의 경우 파종기와 생육기에 가뭄과 태풍 피해로 작황이 좋지 못했고, 최근 몇 년간 낮은 시세로 재배 면적까지 감소해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한 품목도 있다.

그러나 겨울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며 물량이 늘었고, 소비는 침체돼 물량이 밀려 출하되면서 시세가 떨어진 품목도 많다. 특히 상추류, 얼갈이배추, 건고추, 생강 등의 품목은 평년의 절반에 그치는 바닥세로 신음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의 가격 표준지수를 봐도 평년 100p 기준 13일 현재 101.22p로 평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몇 년간의 낮은 시세로 평년값이 떨어진 것을 놓고 보면 오히려 시세는 그 전에 비해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크게는 채소류로 분류되는 과채류 등 채소과일류의 품목지수는 93.71p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여론 동향은 AI로 수급차질을 빚는 계란과 더불어 채소류 시세를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인 냥 부각하고 있다. 이는 최대 채소류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 침체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다.


“가뜩이나 안되는 소비, 가격 급등 소식이 부채질” 분통
시설채소 등 물량 증가…“바닥세 품목부터 가격 올려야”


▲유통현장은 지금=도매시장 등 유통현장에서의 불만은 팽배하다. 가뜩이나 소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데 대목 전 채솟값 급등 소식은 소비 침체를 부채질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지는 어수선한 시국 상황으로 인해 현재 시장에서는 매기가 정말 좋지 않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AI 여파까지 더해져 식자재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은 것으로 시장에선 파악하고 있다. 반면 최근의 따듯한 날씨가 시설채소 등의 물량을 늘려 출하물량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 더욱더 우려스러워 하는 건 그나마 채소 소비의 가장 큰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설 대목장에도 이런 일방적인 여론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의 손병철 한국청과 경매차장은 “어수선한 시국에 AI 영향 등으로 시장에서 느끼는 소비 심리가 바닥”이라며 “한파가 지속돼 물량이 크게 줄면 모를까 올 설 대목은 평년 설보다 더한 기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곽상훈 동화청과 경매부장도 “정말 소비가 잘 안 되고 물량은 물리고 있는 상황에 채솟값이 높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중도매인 등 시장 종사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대목을 앞두고 이런 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바닥세인 품목도 많은데 그런 품목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홍보를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가구 패널 6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배추 가격이 5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는 0.06%p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커피의 기여도인 0.24%p의 4분의 1 수준이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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