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2기 농정의 총사령탑을 맡은 한갑수 농림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쌀만큼은 반드시 자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지면적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하고, 잦은 호우·태풍 등 기상이변에 대비, 항구적인 안전영농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장관의 쌀 자급기반유지에 대한 의지는 지난 16일 제20회 세계식량의 날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도 담겨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12일 양평 벼베기 행사에서 주곡만큼은 반드시 자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다행히 우리는 지난 5년 연속 풍년농사를 달성, 쌀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올해 태풍과 집중 호우로 벼농사에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쌀 생산량은 3천6백77만석으로 지난해 3천6백55만석보다 22만석(0.6%)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연간 우리의 쌀 수요량 약 3천5백만석을 상회, 2001년에도 안정적인 쌀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러한 쌀 수급안정의 변수는 자연재해 및 기후, 쌀 재배면적 변화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쌀 생산농가들의 소득을 일정부문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쌀 농사의 수지가 맞지 않으면 쌀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결국 휴경지가 늘어나며 논을 타 용도나 타작목으로 전환하게 돼 쌀 자급기반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농림부도 누구보다 쌀 생산농민들의 어려움을 깊게 인식하고 내년부터 논농업직불제를 도입, 진흥지역에 25만원, 진흥지역 외의 논에 20만원씩 지원하는 어려운 정책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올해 논농업직불제를 도입하고 풍년농사를 맞았는데도 일선 쌀 생산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는 사실이다. IMF 이후 쌀 생산비와 농가부채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쌀값은 여전히 물가논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들은 내년도 추곡수매가격 인상률은 예년수준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예산당국 등 농업계 외부에서 내년부터 논농업직불제가 도입되는 것을 근거로 추곡수매값을 동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름을 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추곡수매가격 결정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양곡유통위원들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깊이 인식하고 합리적인 인상률과 개선된 쌀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이나 한갑수 장관은 약속한 대로 주곡자급기반 만큼은 꼭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갖고 국정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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