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수입맥주 선물세트가 명절 선물세트로 등장하면서 전통주의 선물 시장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이달 초 이마트가 출시한 수입맥주 선물세트.

명절 선물세트로는 처음으로 수입맥주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혼술·홈술족’,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 ‘저도주’(도수가 낮은 술) 등 최신 주류 소비 트렌드를 고루 갖춘 데다 ‘김영란법’ 시행까지 맞물리며 이번 설에 실속 있는 주류 선물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이 전통주 선물 시장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명절 선물세트 선보여 젊은층 중심으로 공략
김영란법 맞물려 ‘5만원 이하’로 맞춤형 구성
전통주업계 “영세 제조업체 대응 어려워” 씁쓸


▲수입맥주 열풍, 명절 ‘선물세트’까지=새해 들어 대형유통업체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내놓으며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다. 수입맥주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반영한 실속 있는 명절 선물세트를 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마트는 한정판 맥주나 전용잔 등으로 구성된 5만원 미만의 수입맥주 선물세트 6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기네스 전용잔 기획팩과 프리미엄 맥주인 ‘기네스 1798리미티드 에디션’ 등을 마련했다. 롯데마트도 전용잔을 포함한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대표 상품은 ‘칭타오 전용잔 세트(칭타오 330ml 4병, 잔 1개)’, 미국 대표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하나인 시에라네바다 맥주 3종으로 구성된 ‘시에라네바다 샘플러 세트’ 등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맥주 매출 중 수입맥주의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는 등 수입맥주의 인기가 뜨겁다”며 “지난해 추석엔 수입맥주 매출이 33% 가량 늘어난 반면 전통주와 양주는 역신장세를 보인 점을 감안해 이번엔 수입맥주로 설 선물세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주류 선물 시장에 ‘돌풍’ 될까=이번에 야심차게 출시된 수입맥주 선물세트가 자체적으로 갖춘 강점이 많아 명절 주류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선전이 예상된다.

우선 ‘혼술(홈술)족’, 높은 가성비, ‘저도주’ 등 최신 주류 소비 트렌드를 고루 반영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기에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품군이 다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형태로 제품 및 패키지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 여기에 대형마트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명절 주류 시장에 단순히 ‘선전’을 넘어 ‘돌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작지 않다. ‘김영란법’이 첫 적용되는 이번 설과 맞물려 이런 효과가 더욱 증대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대형마트의 선물 구성은 신선 농산물에서 가공식품 및 실용적인 생활용품으로 대체되는 흐름 속에서 수입맥주 선물세트 역시 이런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맥주 자체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데다 라벨링이나 패키지 등도 상품성이 충분한 만큼 젊은 20~40대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통주 입지 더욱 줄어들까=문제는 이처럼 경쟁력이 상당한 수입맥주가 주류 ‘선물’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선물 수요가 많은 전통주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는 데 있다. 특히 ‘김영란법’으로 대표되는 ‘5만원 이하’ 선물 시장이라는 틀 안에서 놓고 보면 전통주 업계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통주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맥주는 일상적으로 대중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선물세트 개념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입맥주 선물세트가 나왔다는 것은 고급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명절 시장의 경우 전통주 비중이 적지 않은데, 수입맥주 선물세트 등장으로 전통주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제품군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라벨도 개성 있는 제품이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5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대로 선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저도주라는 특성까지 감안하면 전통주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경쟁이 될 수도 있다”며 “수입맥주가 예전의 와인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선물세트가 출시되면서 전통주 선물 시장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통주 관련 단체의 관계자는 “이번 설 기간 동안 대형유통업체들의 수입맥주 선물세트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이 예상돼 수입맥주 선물세트의 선전이 예상된다”며 “현재로선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많은 여건상 마땅한 대응 방안을 내놓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수입맥주 선물세트의 출시 반응에 따라 향후 이런 선물세트 기획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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