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업계를 분노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 각계 각층에 농업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농업무용론을 교묘히 전파, 국민의 농업관을 왜곡하는 이른바 비교우위론자들의 망언은 가뜩이나 시름에 잠긴 농민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했다. 정부가 이런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농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농업부문에 대한 과감한 예산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그러나 내년도 농업부문 예산편성안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분야보다 지원이 절실한 농업예산은 오히려 재정증가율에도 못미쳐 농업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2001년도 정부예산 규모는 6.3% 늘었는데 농업예산은 4.7% 증액이 고작이다. 물론 농림예산 축소 일변도의 정부 예산협의 과정에서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갑수 농림부장관을 비롯한 농림부 예산담당자들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농업부문을 실질적으로 회생시킬 분야에 예산 지원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끝나는 농가부채대책 관련 예산은 농업경영개선자금 5천억원 이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농업인들이 끊임 없이 요구한 농작물재해보험은 1백81억원에서 46억원, 논농업직불제는 2천9백19억원에서 2천1백5억원 등으로 대폭 삭감돼 농가소득 안정사업에 대한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 문제는 예산 구성에 있어 실질적인 투융자 사업은 1.9% 증가에 그친 반면 정부 부채성 비투융자 예산은 9.2%나 증가해 투융자사업 예산 증가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정부가 내년도 농업부문예산 편성을 농가경영안정을 도모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농민단체들은 농업예산이 축소된2001년도 예산안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농민생존권 보장을 위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 농민들의 이런 마음을 달래려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여야 국회의원들은 농업·농촌·농민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의원은 물론 예결위 의원 등 모든 국회의원들이 농업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농업예산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비교우위에 농업기반이 무너진다면 국민의 식량자급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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