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농민들의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겨울철 영농을 준비하는 시설원예농가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이런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비 절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농업용 면세유에 대해 25% 과세키로 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오는 2002년 6월말까지 면세기한을 연장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대책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를 공급해주겠다며 유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농협의 불합리한 사업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농민들에게 보다 싼 가격에 유류를 공급할 수 있음에도 농협의 유류사업은 정유사 대리점들과의 계약에 묶여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농협 유류취급소는 99년말 현재 총 9백53개. 이들은 대부분 석유수출입업체가 아닌 일반대리점과 도매계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조합들은 단가를 고려, 공급업체를 교체하고 싶어도 계약기간을 5~10년까지 정하고 있어 대리점들이 단가를 높게 매겨도 어쩔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유류공급업체들은 계약만기일전 유류공급 해지시 10~30%의 위약금과 기존 공급물량까지 배상하라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고 한다. 결국 농협에서 취급하는 유류가격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농민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경기 안성 13개 지역농협사업연합도 업체들이 계약해지를 수용치 않아 유류공급 공동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유회사들의 횡포를 극복하기엔 일선 농협의 힘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사례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중앙회가 조합들의 계약체결이나 유류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지도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단순업무만 대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조합들의 불합리한 계약관계를 시정하기보다 면세유 공급실적을 체크하는 단순 기능만 하면서 지도사업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된 처사이다. 중앙회 지역본부나 조합 연합체가 지역특성과 조합들의 여건을 고려한 공동계약 시스템을 운영, 가격 교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경영컨설팅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유류값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 조합원들을 돕는 길이고 통합농협 출범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농민에 되돌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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