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인삼농축액을 들여와 국내산으로 속여 ‘가짜 홍삼제품’을 유통한 제조업체 대표들이 대거 구속되는 일이 터지며 인삼 업계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수백억대의 금액도 충격적이지만, 관련자 대부분이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을 비롯한 해당 협회의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검찰 발표를 통해 인삼 관련 단체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야기해 인삼 소비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삼 업계에선 관련자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규탄하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산 인삼농축액 들여 와 국산으로 속여 팔다 덜미
관련 단체 실명 공개돼 소비자 불신·소비 위축 우려
업계 “잇속만 챙기는 개개인 뿌리 뽑아야” 목청 고조


▲도대체 무슨 일이?=지난해 12월 29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중국산 인삼농축액과 물엿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제품을 국산 홍삼으로 만든 것처럼 속여 시중에 판매한 한국인삼제품협회장 김 아무개 씨 등 제조업체 대표 7명을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인삼제품협회장인 김 씨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인삼농축액과 물엿을 혼합해 가짜 홍삼제품을 제조, ‘국내산 홍삼 100%’로 원산지 및 원재료를 거짓 표시해 42억원 상당을 면세점 납품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협회 부회장인 신 씨도 2013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인삼농축액, 물엿, 카라멜색소를 혼합한 가짜 홍삼제품을 제조해 역시 ‘국내산 홍삼 100%’로 표시해 164억원 상당을 제약회사에 판매·수출했다. 협회 이사인 A씨와 B씨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97억원, 22억원 어치의 제품을 국내 판매하거나 수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관련자들이 ‘가짜 홍삼제품’을 유통·판매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약 4년에 걸쳐 4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태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검찰 발표와 언론 보도 등으로 인삼 관련 단체가 실명 공개됐다는 점이다. 일부 임원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인삼 관련 단체들이 자칫 싸잡아 비난을 받게 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오해를 부추겨 소비 침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일부 업자의 ‘일탈’ 등으로만 치부하고 기존 방식으로 대응하기엔 사안의 무게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참고로 한국인삼제품협회는 1973년 한국인삼제품공업협회로 출발했으며, 인삼 제품에 대한 자가품질검사 업무 등을 일부 하고 있는 곳이다. 생산자들이 소속된 한국인삼협회와 한국인삼6년근경작협회 등과는 별개의 단체이며, 협회 홈페이지는 1월 2일 현재 ‘현재 공사 중에 있습니다’라는 글이 게재돼 있는 상황이다.

▲인삼 업계 반응은=인삼 업계에선 안팎으로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가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불법 행위 등을 통해 개개인의 잇속 챙기기에 나선 관련자들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협회’ 타이틀을 내세워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의 전액 회수, 또는 업체 등록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년근 인삼 재배 농가들로 구성된 한국인삼6년근경작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일말의 양심도 없는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의 가짜 홍삼제품의 판매로 농가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불법 인삼제품을 발본색원하고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식품부는 해당 업체에 지급됐을 수도 있는 정부 자금을 전액 회수하고 업체 등록 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고, 국민의 식품안전과 건강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불량 건강식품의 생산 및 유통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가 업계 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거나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지금 본삼류가 적체돼 있는 반면 원료용은 부족한 상황이다. 원료용은 수출이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야 하지만, 현재 원료삼 가격이 떨어진 측면은 이 같은 불법 행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본다”며 “단기적으로 개인 이득에 급급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인삼산업이 더 어려워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행태는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도 “금번 사태에 대해 인삼 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이 엄격한 제도 하에서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산제품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의 자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광보 고려인삼연합회 회장은 “몰지각한 행태를 척결하기 위해선 우리의 각성이 따라야 하고, 정부의 사전 조치 등도 요구된다”며 “이번 사태가 생산, 제조, 가공, 유통, 수출 분야의 힘을 모아 인삼 산업이 종주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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