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또 다시 한해가 시작된다. 올해는 붉은 닭띠의 해다. 12지 가운데 10번째 동물인 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어두운 밤을 쫓고 따뜻한 새 아침을 여는 태양의 전령이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는 아침과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새로운 시작은 개혁과 변화에서 비롯된다.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할 때 상처가 아물고 치유 받게 된다. 

예정보다 빨라진 대선시계 대응

초유의 '비선실세·국정농단' 사건에 농민은 물론 국민들은 분노했고, 사상 최대의 촛불집회로 승화시키는 응집력과 저력을 보여줬다. 결국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올랐고, 대선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새 대통령을 뽑고, 새 정부를 출범시킴으로써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그만큼 올 한해가 중요하고 각별하다. 

그동안 경제발전과 시장경쟁 논리의 희생양이 됐던 우리 농업에게도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기회다. 성장과 경쟁력만을 강조하던 농정에서 벗어나 신뢰와 협동, 공동체,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극대화 등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농업계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농정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고, 이번 대선에서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충분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농업·농촌의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재정립하고, 농민을 중심에 둔 농정, 농민을 위한 정책을 우선시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반드시 구현해 나가야 할 때다. 

농업·농촌 비전과 목표 새로 정립

이번 대선에선 실천 없는 장밋빛 공약에 현혹됐던 우를 또다시 범하지 말자. 4년 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자는 ‘농업만을 직접 챙기겠다’, ‘농업직불금 예산을 전체 농업예산 3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했지만 임기 내내 농업예산 증가율은 국가 전체 예산증가율보다 현저히 낮았다. 증가율만 보면 역대 정권 최저다. 직불금 예산 비중도 15%에서 그쳤다. 오히려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고, 농민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등 잇따른 FTA체결로 종착됐다.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더 이상은 속지 말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농업·농촌의 현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농’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대선후보를 대통령으로 반드시 뽑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농민들은 그런 역량을 드러낼 후보를 찾아 표로서 지원할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혈연·지연·학연을 철저히 배제한 냉엄하고 냉철한 투표만이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농업을 다시 도약시킬 수 있다. 

대선후보들 역시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성을 갖고 농업과 농촌에 애정과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 여러 선진국 중 농업이 낙후된 나라는 없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던 197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의 주장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불멸의 진리다. 농업·농촌 살리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한 후보라면 300만 농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자격조차 없다.

경쟁 위주의 농정 패러다임 탈피

물론 아직 대선 일정은 유동적이다.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와 날짜가 관건이다. 하지만 예정보다 빨라진 ‘대선시계’에 우리 농업계 모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대선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대선공약 토론회, 대선공약 요구사항 등을 미리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농민단체는 물론 학계,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모처럼 제대로 된 공약을 수립하고, 이를 관철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300만 농민 스스로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과 실천의 길은 바로 농업, 농촌에 대한 제대로 된 비전을 갖춘 대선후보를 제대로 뽑는 것임을 분명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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