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2일, 농업계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나라 농정, 어떻게 걸어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2017년 정유년(丁酉年) 만큼은 농업·농촌에 새 희망의 불씨가 피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16년 농정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2017년 비전을 짚었다. 본보가 서울 The-K호텔에서 개최한 ‘2017년 주요 농정이슈 진단과 발전방향’이란 제목의 신년좌담에서 석학들은 쌀 수급안정방안, 농협법 개정,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등이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농정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연계된 직불제 개편과 함께, 농촌정책을 농정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참/석/자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양승룡 고려대 교수
정승헌 건국대 교수
정문기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좌장)


“농업의 다원적기능 연계 직불제 시행…가족농 튼튼하게 해야”

박진도
“논에 사료용벼·주정용벼 심고
쌀 생산 수익 보장해줘야
농협경제지주는 주식회사
돈벌이에 혈안될까 우려
농사짓는 사람에 주목해야”

이정환
“지주회사-일선조합 경합 방지
상생구조 어떻게 만드느냐 관건
농가 존립조건으로 직불제 필수
환경경관·대기생물·다양성 등
농업이 있어야 국민 삶의 질 높여”

김병률
“쌀 시장기능 회복이 중요
재고해결 위한 특단책 최우선
올 농업예산 0.8% 증가 ‘최악’
논이나 밭 하나로 묶어
농지보전직불제 시행해 볼 만”

양승룡
“박근혜 정부 농업 관심 떨어져
농가소득 내내 지속 하락
농업 다원적 기능 구체화 해야
예산당국·소비자 설득 가능
농촌정책, 농정 최상에 위치해야”

정승헌
“농촌공간에 대한 철학 결핍
산술적 쌀 문제 접근보다
농민 실질소득 차원서 풀어야
농촌공간 다원적 구성 필수
전후방산업 묶어 외연 확대”



#2016년 박근혜 농정, 평가는

▲정문기=2016년이 유독 다사다난했다. 2016년까지 그간 박근혜 농정을 평가한다면.

▲김병률=박근혜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4대 전략, 12대 핵심과제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스마트농업과 6차산업, 농식품수출, 상생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스마트농업은 농가들의 인식이 괜찮다. 앞으로 계속 강조되지 않을까. 또, 6차산업화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치로 내걸었는데, 농촌관광이나 가공산업을 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기업과 농업과의 상생은 아쉽게도 여전히 갈등이다.

▲양승룡=박근혜 정부는 농업에 대한 관심이 이전 정부에 비해서 확연히 떨어진다. 농정의 성과는 결국 농가소득으로 나타난다고 보는데, 농가소득은 박근혜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더 중요한 것은 양극화도 심화됐다는 측면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것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더구나, 6차산업화, 창조농업 등 거창한 구호는 많았지만, 우려했던대로 알맹이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박진도=2016년 제일 큰 이슈는 쌀이었다. 2015년 11월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는데, 그 때 농민들이 상경해서 외쳤던 것이 쌀값 보장이었다. 그런데 2016년에는 쌀값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또 하나는 농협법이다. 12월 8일에 통과됐다. 이 때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에서 성명서를 냈고, 마지막 문구로 ‘정부와 농협중앙회, 국회의 삼각동맹에 의해 또 한번 올바른 농협법 개정이 좌절됐다’고 썼다. 한 두 번 속은 게 아니다.

▲이정환=올해 같은 상황은 역사상 처음 겪는 심각한 쌀 문제다. 3년 연속 역계절 진폭도 최초이고, 우선지급금을 다시 반환하는 사례도 최초다. 변동직불금도 AMS(감축대상보조)한도에 걸려 다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책이 막다른 길에 와 있다. 과연 농업을 하고, 농정을 하는 사람들이 농업과 농정을 잘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까지 볼 때,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승헌=박근혜 정부가 농업을 보는 철학이 있는가. 농촌을 어떠한 공간으로 재배치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정부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농촌공간에 대한 철학이 결핍돼 있다. 전혀 진취적이지 못하다. 새로운 농정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새로운 게 없다. 농민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 신뢰하냐고 물어보면 신뢰도가 얼마나 되겠는가. 박근혜 정부 지지도와 비슷할 것이다.


#쌀 수급 문제, 해결방안은

▲정문기=쌀값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함께 논의를 했으면 한다.

▲이정환=쌀 생산과잉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쌀 목표가격을 18만8000원으로 높이고, 고정직불금을 100만원까지 올렸는데, 두 가지 다 생산유인효과가 있다. 특히 고정직불금은 생산과 연계가 안 돼 있음에도 농가들은 생산과 연계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계량분석을 해보면 고정직불금에 의해서도 연간 3~4만ha가 늘어난단다. 생산유인효과를 어떻게 최소화시킬 것인가 정부와 농가가 협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직불제부터 개편해야 한다.

▲박진도=장기적으로 봐서 생산조정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됐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 일본의 예다. 어쨌든 일본이 지금도 우리나라와 같은 쌀 문제가 겪지 않는 이유는 재배면적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재배면적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논을 놀릴 수 없기 때문에 논에다 사료용벼·주정용벼 등을 중심으로 심고, 쌀을 생산하는 정도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양승룡=생산조정제와 다른 개념인데, 변동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일정면적의 생산을 제한하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생산조정형 변동직불제’라고 한다. 변동직불금의 생산유인정책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서 1ha 규모에서 농사를 짓는데, 변동직불금을 받고 싶다면 한 1ha의 20% 정도를 휴경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수급불일치도 해소할 수 있고, 이를 기회로 시장가격도 높일 수 있으며, 변동직불금도 줄일 수 있다.

▲정승헌=쌀이라는 생산에 초점을 맞춰서는 답이 안나온다. 재배면적을 얼마만큼 줄이고 하는 식의 산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농민에게 실질소득이 되면 재배면적은 준다. 경상도에 갔더니 돼지농가, 소농가, 쌀 농가가 함께 경축순환농업을 하고 있더라. 액비탱크를 논 가운데 설치하고, 거기에 사료작물을 심었는데 수익이 보장된다고 했다. 현장에서 시행 중인 사례들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김병률=쌀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재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별대책을 통해서 재고의 일정부분을 없애버려야 한다. 또, 현재 쌀 중심의 직불제는 한계가 있다. 논이나 밭을 하나로 묶어 농지보전직불제를 시행하는 게 어떤가. 어떤 작물을 심더라도 비슷한 소득을 줄 수 있는 직불제다.

▲양승룡=생산조정형 변동직불제에 대해 한마디 보태겠다.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세조정을 해야 하는데,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와 ‘휴경률을 얼마로 할 것이냐’다. 휴경률은 매년 수급상황에 따라서 20%, 10%, 0%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 미세조정하는 과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는 이 제안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정환=쌀 문제는 그냥 ‘과잉’ 생산이란 측면만 봐서는 절대 안된다. 쌀은 항공모함이다. 쌀 재배면적 80만ha 중 5000ha만 배추로 가면 배추값은 절단난다. 또 콩 재배면적이 5만ha인데 5000ha만 콩 쪽으로 쏠리면 콩값은 폭락한다. 그래서 쌀이 조금만 삐끗하면 모든 농산물에 충격이 간다. 쌀 생산량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 농산물에 충격을 안주면서 서서히 진행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다른 농산물에 충격 최소화 하면서 쌀 생산량 감소 모색해야”

▲ 한국농어민신문이 지난해 12월 22일 The-K호텔에서 개최한 ‘신년좌담’에서 농업계 석학들은 2016년 농정을 진단하고, 2017년에 떠오를 화두들을 하나씩 짚었다. 이들은 농협법 개정, 직불제 개편,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등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냈다.

#농협,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정문기=2016년은 물론 2017년에도 농협법이 화두가 될 것 같은데.

▲박진도=경제지주회사를 반대했던 이유는 경제지주회사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자기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이것이 농민의 이익이나 회원조합의 이익은 다음 문제다. 경제지주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원래 목적이라고 하는 농민조합원의 이익, 회원조합의 이익 이런 얘기는 안되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그런 걱정이 있어서 경제지주에 의구심이 있다.

▲정승헌=농협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부터 경제지주회사 체제로 간다. 과연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경제지주로 가서 농민의 이익과 직결이 안되면서 자기들의 조직논리에서 수익사업에 치중해버리면 이것은 경제지주를 만든 게 최악, 아니 죄악이다. 죄악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언론기관 등이 모니터링하고, 만약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으면 즉각적으로 법 개정으로 가야 한다.

▲양승룡=경제지주회사 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간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더 빨리 진행됐다. 2012년부터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에서 활동해오고 있는데, 농협 사업구조개편 내용을 보면서 ‘참 성공하기가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특히 계획이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뭔가 준비없이 진행되고 있고, 이런 시행착오는 경제지주가 출범하더라도 겪을 것이다.

▲김병률=일선조합도 적자조합이 늘어나고 있는데, 일선조합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정도가 되려면 합병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혀 안되고 있다. 또, 귀농자, 여성농업인 등도 조합운영에 끌어들여 조직화함은 물론, 품목전문조합을 키우는 등 지역농협이 살아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박진도=일선조합이 어쨌든 합병이 안될 수는 없을 것이다. 2030년까지 추계한 것을 보니까 조합원이 지금의 절반으로 준다. 우리나라 법정 최저 조합원수는 지역농협이 1000명, 품목조합이 200명인데, 현재도 이 숫자가 안되는 조합이 많다. 준조합원이 통계상으로 보면 조합원의 10배가 되는 말도 안되는 구조다. 그래서 합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종합농협형태로 합병할 것이냐, 기능별로 분화해서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이정환=2017년에 농협문제에 대한 논의가 농업쪽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사항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업구조개편을 해서 농협 전체로서 역량을 높여갈 것인가를 목표로 할 때, 경제지주가 역할을 잘 하면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주회사와 일선조합간의 경합관계를 어떻게 방지하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것이냐다. 그것에 대해 충분한 분석, 연구,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농업예산, 정치력 회복 관건

▲정문기=농식품부를 포함해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농업예산)이 갈수록 시원찮다.

▲김병률=2017년 국가전체 예산 증가율은 3.7%다. 그런데 농식품부 예산은 14조4887억원으로 0.8% 올랐다. 이번 정부 들어서 몇 년간 농업예산은 1~2% 성장했는데, 올해가 최악인 것 같다. 가축전염병 예산도 줄었고, 재해대책 예산도 줄었다. 그것을 억지로 줄여서 변동직불금에 더했다. 변동직불금의 경우 특별하게 발생한 예산이기 때문에 별도 예산으로 집행해야 하지 않을까.

▲양승룡=국가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농업예산 증가율 또한 국가전체 예산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농업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전체예산 추세에 맞게 농업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정치력이 회복돼야 한다.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또 대통령을 뽑을 때 농정공약을 철저하게 따지고, 그 농정공약을 기준으로 표를 행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야만 농업정치력이 살아날 것이다.

▲박진도=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농업이 돼야 정치력도 발휘될 것이다. 우리 농민들이 전체 인구의 6%다. 농민만 놓고 보더라도 6% 정도의 정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국회의원 수로 얘기하면 6% 정도는 농업을 대변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각 사회의 이해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을 향한 농업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환=사실 14조원 남짓되는 돈을 정말 잘 쓰고 있는 것인가. 쌀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쌀값이 떨어지니까 변동직불금으로 7000~8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고, 또 쌀을 격리하니까 저장비용 400~500억원이 들어가고, 쌀 수급관리를 잘못해서 1년간 들어가는 예산이 거의 1조원에 이른다. 현재같이 농업예산을 쓰는 방식에서 농업예산을 늘리자고 하는 것은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박진도=2017년에 직불금으로 수억원이 들어갔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농업예산은 대폭 줄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농업 정치력을 얘기를 했는데 농업예산은 농민만이 아니라 지역, 먹거리, 환경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납득이 되는 구조로 예산이 편성돼야 지속가능할 것이다.

▲정승헌=예산당국이 보는 농업, 그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산당국에서는 농업을 정책부담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예산당국을 설득하기가 몹시도 어렵다. 순수한 농축산인만 가지고는 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농축산업계의 전후방산업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고, 이 전후방산업에 얼마만큼 많은 소득과 일자리가 맞물려 가는가를 알려야 한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가 농축산업의 외연을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

▲정문기=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박진도=요즘에는 ‘국민총행복농정’이라는 얘기를 쓴다. 다시 말하면, 농민이 불행하면, 국민이 불행해지기 때문에 ‘너희들이 불행해지기 싫으면 농민을 행복하게 하라’는 의미다. 행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중 하나가 직불제다. 농가소득의 감소분을 보상해주는 소득보상직불제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원적 기능직불제를 구분하고, 이를 잘 조화시켜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양승룡=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직불제도 이 때문에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원적 기능이라는 게 굉장히 추상적이다. 정책의 목표나 수단이 다원적 기능에 맞춰져야 하는데, 괴리돼 있다. 다원적 기능에 대한 최근 연구가 15년 전의 것이다. 이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농업계가 예산당국과 더불어 소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 주길 바란다.

▲이정환=직불제를 다원적 기능과 연계시켜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농업이 다원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농가가 존립해야 하고, 그래서 농가의 존립조건으로서 직불제가 필수적이다. 가격보전직불제라고 하더라도 다원적 기능이 연계된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납득하고, 관련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정승헌=농촌공간의 다원적 구성이 필수적이다. 차기정부가 각 지자체에 부담을 줘야 한다. 10년이면 10년, 정부에서는 농촌공간의 다원적 구성에 대해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집행해줘야 한다. 농촌공간의 다원적 구성을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농촌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농민이 없다면, 결국 농촌 공간 자체가 다른 형태로 변해버릴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 경축순환농업이 불가능해진다.

▲박진도=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농사짓는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가족농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농을 어떻게 농업의 주체로 바로 세울 것인가 이 점을 핵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 때 논의에서 빠뜨리지 않아야 할 것은 가족농의 본질 중 하나인 승계농이다. 세대를 이어가는 데 농지도 중요하다. 길게 본다면, 적어도 70~80%는 자기 땅을 가지고 있는 가족농이 자리잡아야 된다.

▲양승룡=농촌정책을 최상에 위치시켜야 한다. 농정이라는 것은 결국 농촌을 유지·발전시키느냐에 맞춰져야 되고, 소득정책이나 농업정책은 그것을 위한 보조정책이 돼야 한다. 결국 핵심은 농촌이다. 그러나 현재는 농촌을 10년, 20년, 30년 끌고 갈 수 있는 큰 그림의 마스터플랜이 없다. FTA가 나올 때마다 덧칠하고, 땜질하는 대책이 많았다.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게 시급하지 않을까.

▲김병률=농업의 주체가 중요하다. 가족농을 말했지만, 농민들도 고령농이 되면서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가족농도, 승계농도 잘 안되고 있다. 비즈니스농민으로 끌고 가야 하고, 그것이 핵심주체가 아니겠는가. 또 하나, 협치농정도 필요하다. 지역조직도 있고, 협동조합도 있고, 생산자단체도 있고, 품목조직도 있다. 이런 쪽과의 거버넌스 농정을 구축해야 한다.

▲이정환=농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다. 농수산물 수출액은 총 수출액의 0.2%다. 그런데 왜 농업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국민과 논쟁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GDP의 1.2%에 밖에 안되지만, 농업이 있어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단순한 농산물 생산 뿐 아니라 환경, 경관, 대기, 생물다양성 등 이런 것들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농업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