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 잘사는 농촌으로…희망의 싹 틔우자”

▲ 충남 태안에서 벼농사를 짓는 청년 창업농 안상진 대표가 올해 수확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농업인들은 3년 연속 풍년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쌀값 하락으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 또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축산물과 화훼 등의 위축은 연말연시에다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도 침체가 지속된다. 올해는 대통령선거 등 국가적 대사는 물론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른 한·미FTA 재협상 여부 등 이슈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업분야는 청년 창업농과 귀농귀촌이 활성화되고 탄탄한 품목별 조직도 기초를 다져가는 등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식품 수출도 소폭 증가하는 등 활성화의 전환점을 맞는 분위기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고취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새해 활력 요소를 알아본다.


젊고 유능한 영농인력 육성
품목별 조직화로 체질 개선
넘쳐나는 쌀 대신 밭농업도 주목
농업 다원적기능 중심 직불제 강화
소득 보장되는 농업·농촌 만들어야


국내 농가는 지난해 108만8518호로 경영주 연령도 40세 미만이 1만4366호(전체 농가 기준 1.3%)에 그친다. 다만, 2000년 40세 미만 경영주 비중이 17.6%에서 2015년 24.7%로 다소 증가해 희망을 주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후계농업인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시사점으로 분석된다.

이런 차원에서 후계농업인력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가 지정하는 후계농업인력은 35년간 14만 여명이 양성됐다. 또한 한국농수산대학과 농고·농대 등 정규 학교를 비롯해 청년 창업농과 마이스터대학 등이 운영중이다. 지난해에는 품목특화를 살린 토마토·딸기·버섯·양돈대학에 이어 올해는 파프리카·장미·낙농으로 확대된다.

귀농·귀촌 활성화도 농업인력 확보의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현재 드러난 한계와 문제를 개선하고 세분화해 이들이 실질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면서 영농에 전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귀촌가구는 2015년 31만7409호로 전년 대비 6%(1만8052호) 증가했다. 귀농가구는 같은 기간 1만1959가구로 전년에 비해 11.2%(1201호) 늘었다.

정승헌 건국대 교수는 “농촌이 잘 살아야 진정한 선진국이란 차원에서 농업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이런 차원에서 젊은이가 돌아오는 농촌운동을 위해 농협의 역할강화는 물론 농촌정착 젊은이에 대한 병역면제나 세금감면 및 자녀 교육문제 해소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품목별 전문조직 육성이 단단한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 품목별 가격 등락이 심한 국내 농산물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산지 품목별 조직이 시장출하나 수출에서 유통업체에 휘둘리지 않고 대등한 교섭력을 갖기 위해서는 품목별 조직이 중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제주 키위를 비롯해 마늘, 양파, 파프리카 등 주산지별로 품목조직화가 단단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산지 품목별조직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공동대표는 “지역별로 몇몇 농가부터 품목별 조직화를 갖춰 전국 조직화로 키워가는 내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정적 영농을 위한 농산물 재해보험 내실화가 강조된다. 이는 태풍이나 폭우·폭설·가뭄 등의 재해로 인한 농가 경영불안을 해소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과 경영안정을 꾀하고 안정적 재생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가입 시 국고 50%와 지자체 평균 30.6% 등을 지원함으로써 농가의 실질 부담률은 10~25% 수준이다.

2015년 46개에서 지난해 66개(농작물 50개, 축산 16개) 품목에 적용하고 있다. 예산은 2868억원으로 매년 소폭 증가한다. 다만, 가입률이 2015년 농작물 21.8%, 축산물 90.7%로 농작물 분야 가입실적 제고가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감귤, 감자, 마늘, 고구마, 오디 등은 1% 미만에 그친다. 이에 따라 농가부담을 낮춰 실질적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이 강조된다.

식량자급률 향상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했지만 목표치인 57%에는 미치지 못했다. 곡물자급률도 23.8% 목표 30%를 밑돌았다. 식량자급률은 쌀(101%)을 제외하고는 목표치와 거리가 멀다. 보리쌀이 22.3%(목표 31%)이고, 밀은 1.2%(목표 10%)에 그친다. 콩도 32.1%(사료용 제외)로 목표(36.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 의무적으로 실천토록 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농·식품 수출은 실적 호전과 함께 활성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59억146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신장됐다. 이는 국가 전체 수출이 7% 감소한 것과 대조된 것으로 농·식품 분야의 성과로 평가된다. 물론 정부가 연 초 제시한 81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국내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시장 위축 등 외부환경 악화 등을 감안할 때 최선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수출의 경우 11월 말 9억6300만 달러(37만4400톤)로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해 새로운 활성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배, 사과 등 과실류와 김치 등이 호전된데 따른 것으로 딸기, 파프리카 등 연말 수출이 본격화되는 품목을 감안할 때 실적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가소득을 보장하면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연계해 직불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업과 지역 환경정책을 통합하는 농촌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가족농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는 대를 이어가는 승계농 확보에 있다는 것이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현재 150만 농업경영체 가운데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비중이 25% 수준에 그치는 만큼 농업정책을 농촌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보완하는 땜질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비전을 갖춘 정책에 주력할 것”을 제안했다.


●청년 창업농 안상진 풀문농장 대표
“단순한 농사 승계 넘어 새 부가가치 창출 자신”

볏짚 부숙시켜 퇴비로 사용
순환농법으로 지력 증진 주력
소포장 기능성 쌀 시장에 도전
기능성 하이아미·가바쌀 재배


“농업도 전문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를 정해 도전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충남 태안에서 벼농사를 짓는 청년 창업농 안상진 풀문농장 대표(31)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영농전문화에 뜻을 두고 해외연수는 물론 각종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기초를 다졌다”며 “단순히 부모님의 농사를 승계하는 차원을 뛰어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대표는 고교 졸업 후 일반대학의 방사선학과를 입학했는데 2학년 때 병원에서 실습한 결과 시간적 제약 등에 따른 평생 직업으로의 회의를 갖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직업으로 농업을 선택했단다. 이같은 취지로 2006년 한국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국내외 연수를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대학 3학년 때 호주에 1년 간 장기 현장실습을 다녀온 것은 시작으로 농어촌 청소년육성재단을 통해 프랑스·독일에 연수했다. 2015년 해외농업개발협회의 러시아 연수와 지난해 충남 4-H연합회를 통한 중국 연수를 다녀왔다.

졸업 후 바로 농사를 시작한 안 대표는 벼농사 6만6116㎡(2만평)을 짓는다. 여기에다 부모님이 짓는 26만4464㎡(8만평)도 함께 거든다. 영농범위만 태안읍과 인근 면까지 120km에 이른다. 차별화는 고품질 쌀로 승부하는 것.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지력증진으로 수확 후 전량 땅에 돌려준다. 볏짚을 부숙시켜 퇴비로 사용하는 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수확한 벼는 60톤(40kg, 1500가마) 정도. 직접 건조해 정부 공공비축수매와 개인 미곡종합처리장(RPC) 및 농협RPC에 공급한다. 조수익은 연간 3500만원~4000만원 정도. 이밖에 모내기와 수확기 영농대행으로 1000만원 정도 별도 소득을 올린다.

안 대표는 “굳이 벼농사냐고 하지만 기계화로 규모화 영농이 가능한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풍년으로 가격이 다소 떨어졌지만 식량안보라는 장기적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높은 소득은 아니지만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가 있어 만족한단다. 내년에는 사귀는 여자 친구와 가정도 꾸릴 예정이다.

안 대표는 올해 소포장 기능성 쌀 시장에 도전한다. 직접 정미시설을 갖춰 재배에서 포장, 판매까지 연계해 부가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3만3058㎡(1만평)에 기능성 ‘하이아미’와 ‘가바쌀’을 재배한다. 하이아미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의 키를 크게 해주는 기능을 가졌다. 가바쌀는 두뇌 회전에 좋은 성분을 함유한 품종이다.

안 대표는 “기능성 쌀은 결국 어머니들이 선택하므로 4kg, 8kg, 10kg 등으로 다양화해 판매한다”며 “홍보차원에서 소포장 샘플 200g으로 등하교길 학생들 판촉과 주라기 공원 등 태안 관내 관광지 판촉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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