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수출업체-정부 유기적 협력…농산물 수출 저변 확대로

수출농업은 산지와 수출업체, 정부(수출 지원기관 포함) 등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산지는 해외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품질 높은 농산물 생산이 우선돼야 하고, 수출업체는 해외시장 동향을 시시각각으로 파악하며 판로 개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산지와 수출업계가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과 해외 마케팅, 수출정보 제공, 판로 알선 등 전방위적으로 후방지원을 하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정유년 닭띠해를 맞아 수출농업 세 주체가 활발한 소통과 유기적인 연결로 돌파구를 찾는 딸기와 당조고추 등의 사례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 산지와 수출협의체 간의 활발한 정보 공유와 품질관리, 정부의 든든한 마케팅 지원 덕분에 딸기 수출은 지속 늘고 있다.

●수출 딸기 약점 극복 비결은 
탄력적 물량조절 ‘가격 주도’
실시간 수출정보 전달 든든

안전성 높은 물량 확보 기본
수출시장서 경쟁력 제고 뒷받침
정부 인프라구축·마케팅 등
대형유통업체 연계·언론홍보 성과


▲수출산지 탄력적인 물량조절로 가격협상 주도=사실 우리 딸기는 미국산 등 다른 수입산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최적화된 품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산지와 수출업계, 정부 간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보완하면서, 딸기 수출은 2011년 1926만달러(2046톤)에서 2013년 2856만달러(2815톤), 지난해 3296만달러(3313톤)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우리 농식품의 새로운 수출주력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산지의 경우 15개 딸기 수출농단으로 조직된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이하 수출딸기연합회)’를 중심으로 해외 소비자 취향에 맞는 고품질의 수출용 딸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수출딸기연합회 발족(2012년) 이전에는 각 농단이 각자 기준에 맞춰 수출용 딸기를 생산·공급하다보니, 물량 공급이 들쭉날쭉이고 잔류농약 등 안전성 관리가 제각각이라 해외 바이어들의 불만이 많았고, 수출검역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하지만 수출딸기연합회 조직 이후 회원 농단들이 통일된 기준에 맞춰 수출용 딸기 품질을 관리하면서, 현재는 320여 가지의 잔류농약 검출 테스트에서 위반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안전성 수준이 높은 편이다. 또한 이전에는 농단들이 개별로 수출용 포장재를 구매하다보니 이에 대한 부담이 수출단가로 반영돼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을 낳았으나, 지금은 수출딸기연합회가 일괄 입찰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딸기수출협의회와 협력을 통해 탄력적인 물량 조절로 해외 바이어와의 가격협상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수출협의회 실시간 해외 모니터링 정보 제공=딸기 수출의 또 다른 축은 딸기수출협의회다. 지난해 기준 21개 수출업체가 속한 딸기수출협의회는 해외 유통채널 및 바이어들과 꾸준한 관계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비관세장벽·경쟁국 공급물량 등 수출시장 정보를 산지 대표인 수출딸기연합회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해외 동향에 따라 수출물량과 수출단가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협의회 내에서 체크프라이스(일정 가격 이하의 수출계약을 승인하지 않는 제도)를 통해 업체 간의 과당경쟁에 따른 가격덤핑을 막고 있다. 또한 현지 시장조사 및 소비자 반응을 살펴 수출시장에 적합한 딸기 품종을 산지에 추천하거나 신품종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정부 당국에 제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 딸기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오성진 딸기수출협의회장은 “협의회는 산지가 공급한 우수한 품질의 딸기를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해외 유통채널 확보와 수출시장 동향 파악, 신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며 “딸기 수출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산지와 정부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수출저변은 꾸준히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수출 인프라·해외 마케팅 등 후방지원=정부와 수출 유관기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딸기가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글로벌 딸기종자 개발·수출시설 현대화·항공운송 지원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해외 대형유통업체와 연계한 홍보·판촉행사, 비관세장벽 해소를 통한 신규 수출시장 개척, 수입바이어 초청 딸기산지 팸투어 등 산지와 수출업계가 개별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사업을 정부가 직접 후방 지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 베트남·태국 등 신규시장에서 우리 딸기 소비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것도 정부 주도 아래 현지 대형유통업체와 연계한 판촉전 및 언론매체를 활용한 홍보 영향이 크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 김경술 농부의꿈 대표이사(맨 왼쪽)와 한병조 로즈피아 부장(맨 오른쪽)이 당조고추 생육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없어서 못파는’ 당조고추
“비는 컨테이너 같이 써보다 바이어 반응 좋아 본격 협력”

 농부의꿈-로즈피아 손잡고
병충해·농약 관리 등 체계화
새로운 상품 발굴해
화훼수출로 막힌 길 뚫고
정부 통합마케팅으로 인기 폭발


2017년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어느 날, 우리 당조고추가 일본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제품’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당조고추의 독점 공급권을 가지고 있는 ‘농부의꿈 영농조합법인(농부의꿈)’에 연락을 취해, 현장 취재를 요청했다. 김경술 농부의꿈 대표이사는 현재 농부의꿈과 로즈피아가 함께 재배 및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로즈피아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로즈피아에서 만난 김 대표는 로즈피아를 통해 수출을 진행한 연유부터 설명했다. 당조고추 재배 시작 당시, 새로운 기능성 작물로 각광받았지만 실질적인 수요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가들은 하나 둘씩 당조고추 재배를 포기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전북지사는 일본에서 기능성 표시식품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능성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착안해 수출시장을 개척해 볼 것을 조언했다. 이에 농부의꿈은 지인들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실패를 맛봐야 했다. 수출서류작성부터 선적에 이르기까지 영세한 영농조합법인에게 각종 수출업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수출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없는 농가가 해외 수출과정의 통관, 검역 등의 규제와 절차 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며 “심지어 고추 대일 수출은 일본 정부에 ID가 등록된 업체만 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가장 기초적인 서류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며, 생각 없이 항공수출을 진행해 물류비가 엄청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중국 수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대금을 받지 못해 농가와의 마찰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같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주)로즈피아에 연락을 취하게 됐다. 한병조 ㈜로즈피아 부장은 “처음에는 같은 지역의 동종업체라 잠깐 도와주려고만 했다”며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화훼와 토마토, 파프리카 컨테이너 선적 시, 비는 부분을 활용해 당조고추의 테스트 수출을 진행했는데 바이어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 본격적으로 협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로즈피아가 당조고추의 수출업무를 전담하면서 당조고추의 실질적인 수출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조고추 수출은 단편적인 성과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로즈피아의 안정된 판매로 농가들의 불만을 샀던 수급이 제때 이뤄지면서 농가들과의 신뢰도가 구축, 자연스럽게 조직화 및 규모화가 이뤄진 것이다. 일례로 가장 먼저 당조고추 재배를 포기했던 농가들이 다시 재배를 시작하는 등 재배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6611㎡→9917㎡). 여기에 로즈피아의 유리온실 2만6446㎡을 사용, 토양재배에서 시설재배로 전환되면서 물량 확보가 더욱 용이해졌다. 무엇보다 로즈피아의 관리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당조고추의 품질이 높아졌다. 병해충관리·농약관리 등이 일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됐고, 개별 농가들이 재배과정을 담은 수출일지도 작성하게 되면서 품질 균일화가 이뤄졌다.

로즈피아 역시 침체된 화훼수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품목으로 판로를 열게 돼 수출 회복의 발판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한 부장은 “화훼 수출 부진 등으로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었던 터에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해외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구입은 정부가 추진하는 마케팅이 뒷받침되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로즈피아를 통해 수출된 당조고추가 일본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감안, ‘미래클(Miraecle) K-Food 프로젝트’의 핵심 상품으로 선정해 다각적인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TV광고와 유통매장을 결합한 통합마케팅을 실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윤상영 aT 오사카지사장은 “10월부터 나고야에서 당조고추 판매가 시작됐는데 당조고추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아 판매가 생각보다 부진했다”며 “상품홍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TV매체활용’이라는 현지분석기관 조사에 착안, 나고야의 지역방송국과 당조고추의 효능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했다”고 밝혔다. 이후 방송을 시청한 현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아 당조고추를 구매해가면서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병조 ㈜로즈피아 부장은 “1톤 상당의 물량을 수출했는데 모두 판매돼 유니측에서 추가 물량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aT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테스트 수출이나 단순 입점만으로 만족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전문가 제언
김경필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농산물 수출 확대
유기적 협력 필수

 

우리 농산물이 수출시장에 진출 및 정착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나 수출업체, 정부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우선 수출농산물의 생산자와 수출업체는 국가단위 품목 수출조직으로 성장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조직화 규모를 성장시켜야 한다. 수출조직 규모 및 범위가 국가 품목 단위로 성장할 경우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내 수급과 수출물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며, 정부 지원사업도 국제 기준에 위배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국가 단위로 수출 및 유통조직 추진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주산지 단위로의 조직화에 성공해야 한다. 구속력이 없는 조직화는 해체되기 쉬우므로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정부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결성된 수출조직에서 해외시장 마케팅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생산자들에게 수출물량과 품질관리 지침을 전달하여 이행함으로써 생산과 마케팅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딸기의 경우 수출업체 및 수출단지의 조직화 규모를 키워 수출물량 및 품질관리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당조고추는 수출초기 품목이므로 생산농가와 수출업체의 공동지분출자 등을 통하여 조직화 기반을 공고히 하고 수출수입이 수출농가에게 원활히 환원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은 신규시장에서 인지도 및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사업과 수출기반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사업 중심으로 수출조직의 자생력을 높이는 한편, 수출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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