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각자 제 몫···기업농보다 경쟁력 탄탄”

▲ 장성 백련동편백농원을 운영 중인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유기농 편백추출물을 활용해 개발한 항균치약 ‘헬로피톤’의 성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치약은 올해부터 신라면세점에 입점·판매될 예정이다. 오른쪽부터 아버지 김동석(59) 씨, 어머니 정순임(55) 씨, 큰아들 김진환(31) 씨, 할아버지 김규남(84) 씨, 작은아들 김주엽(26) 씨.

할아버지는 조경·묘목 생산
아버지는 제품 디자인설계·목공
체험학습 등 담당자는 어머니
정치외교 공부한 아들은 마케팅 

편백나무·편백잎 가공품 연구
비누·화장품 등 150여 가지 달해 


국내 최대 편백나무 조림지인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 3대가 함께 편백나무를 이용한 각종 가공제품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6차 산업을 완성한 곳이 있다. 할아버지, 부모와 함께 귀농해 가족농 형태로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성 백련동편백농원 김진환(31) 팀장의 이야기다.

지난 1995년 몸이 편찮은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장성에 터를 잡은 김 팀장의 가족은 대추농사로 귀농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수확물을 건지기도 전에 서툰 대가를 지불했고 뒤이어 시작한 배추농사, 고추농사도 실패하며 7년여 동안 적자만 쌓여갔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농사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김 팀장의 아버지가 취미로 만든 편백나무 목공예품이 주변에 좋은 반응을 얻자 당시 쓸모없는 나무로 취급을 받던 편백나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건축학 전공인 그의 아버지는 전공을 살려 편백나무로 목공예품을 만들고 할아버지는 묘목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것.

김 팀장은 “만약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회사에서 7년 동안 소득이 없었다면 망하거나 이미 문을 닫았겠지만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부채가 늘어도 이듬해 또 씨앗을 뿌리는 것이 가족농”이라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가족을 꼽았다.

이렇게 시작된 백련동농원은 가족구성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매우 효율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한 김 팀장의 할아버지는 편백나무 조경과 묘목을 생산하고 건축학도인 아버지는 제품디자인 설계 및 목공, 어머니는 체험학습 등 3차 산업을 담당하고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김 팀장 본인은 마케팅을 담당하며 각자의 전공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일반 회사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고, 잘 하는 일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 들어가 업무를 새롭게 배우고 때로는 가장 못하는 일도 해야 하죠. 그런데 농촌은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목공예품으로 활로를 뚫자 공예품의 가능성을 본 김 팀장은 2차 가공품으로 영역을 확대해 편백나무와 편백잎을 활용한 가공품 연구에 몰두했다. 이렇게 개발한 가공제품이 현재는 편백비누, 화장품, 편백 도마, 편백 베개 등 그 종류가 무려 150여 가지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유지하는 백련동농원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에 유리한 기업농보다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 백련동편백농원을 찾은 아이들이 토피어리 체험을 하고 있다.

또 편백 추출물을 활용한 손수건 염색, 필통 만들기와 어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목공체험 등 편백나무를 활용한 체험사업을 확대하며 방문객들의 계층 다양화 및 운영 안정화를 꾀했다.

여기에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이 목표인 백련동농원의 모토가 더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6차 산업을 이뤄가고 있다.

백련동농원은 지역민들을 체험학습 강사로 육성하기 위해 천연염색지도사, 비누공예지도사, 천연화장품지도사 등 각종 자격증반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1인당 250만원 가량이 지원되는 셈인데, 백련동농원은 이를 철저하게 자체 비용으로 충당한다.

김 팀장은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을 이어갈 경우 정책이 달라지거나 지원이 끊어지면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백련동농원은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도 오히려 더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 왔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백련동 농원은 현재 큰 변동이 없이 안정적으로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족농과 가족농이 큰 집합체를 이루고 마을 전체가 가족농이 돼 100년~200년이 가는 장수농가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김 팀장은 가족농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다.

가족농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선 보여주기식 하드웨어 지원보다는 농가의 가장 큰 어려움인 판로 개척을 위한 컨설팅, 수출지원 등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팀장의 주장이다.

김 팀장은 “농촌은 틀이 없다.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일을 하면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게 바로 농촌“이라며 ”본인이 잘 하는 것, 사회에서 했던 것을 농사에도 그대로 활용해 6차 산업으로 확장시킨다면 누구나 성공하는 가족농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성=최상기·김종은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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