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김장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초겨울 담근 김치는 비타민과 유산균의 공급원이자 먹거리가 부족했던 당시 반식량 역할을 했다.

또 동네 주민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김장을 하는 공간이야말로 대화와 소통의 장이며 공동체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현대화와 핵가족화, 식습관의 서구화 속에 김장문화가 점차 잊혀지며 1990년 35kg이던 연간 1인당 김치소비량은 지난해 25kg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김치시장 위축은 배추, 무, 고추 등 김치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소비침체로 이어졌고 소비자와 농민 모두 위기에 빠뜨리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됐다. 그런데 요즘 마트의 김장채소 코너에 다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김장을 하겠다는 가정이 지난 2001년 68.5%에서 2010년 54.5%까지 하락했으나 지난해 실시한 김장 의향조사에서는 63.2%까지 다시 증가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김장을 고된 노동이 아니라 ‘온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회분위기와 함께 김장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준 절임 배추와 김치 양념의 역할도 적지 않을 것이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최근 김장을 담그는 풍경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배추를 직접 사다가 절이고 다시 씻어서 물을 빼는 중노동 대신에 복잡한 과정을 미리 거친 절임배추, 김치 양념 등의 가공된 형태의 재료 판매가 급증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김장을 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장문화는 무·배추 등 김장채소 판매확대를 통한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침체분위기인 농업·농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더욱 확산돼야 마땅하다.

나아가 김장김치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우리의 옛 정을 다시 회복하고 김치종주국의 명성을 되찾아 우리 농업·농촌과 김장문화가 동시에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이경환/농협하나로유통 광주유통센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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