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닌가?”

올해 마지막 국회 대정부 질문이 있었던 지난 20일과 21일. 연이어 국회의원들은 AI(조류인플루엔자) 재앙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AI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결국 화를 키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양일간 대정부 질문에서는 AI와 더불어, 쌀 생산조정제 도입, 한·미 FTA 재협상 등 농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들도 언급됐다.

국회 대정부 질문서 “초기대응 미흡 고질병” 질타
기재부 반대로 무산된 쌀 생산조정제 도입 주문도


▲AI, 초동방제 실패=정인화 국민의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은 20일 ‘경제에 관한 질문’에서 “AI초동방제 실패가 피해액을 눈덩이처럼 불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번 AI는 H5N6형 바이러스로 급성인데다 전염성이 높아 상임위에서 초창기에 시급성을 경고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H5N6형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AI발생 초기부터 ‘심각’ 단계에 준하는 엄중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정운천 새누리당(전북 전주을) 의원은 AI에 대한 초동대응을 통해 AI 확산을 막은 일본의 예를 들었다. 11월 21일에 일본 돗토리현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일본은 곧바로 최고수준의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 그 결과 일본이 매몰처분한 가금류는 78만마리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금류 2000만마리 이상을 땅에 묻은 상황. 정 의원은 “일본은 AI가 발생한 지 두시간 만에 총리관저에서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관계부처간 긴밀히 연계해 우리나라의 몇 십분의 일도 안되는 양을 살처분하고 AI를 정리했다”고 비교했다.

이명수 새누리당(충남 아산갑) 의원은 다음날인 21일 ‘정치·외교·안보·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 때 AI를 또다시 화두로 꺼냈다. 그는 AI사태가 ‘인재’라는 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기능이 약하다는 점,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점, 초기비상방역체제 가동이 취약했다는 점, 백신 준비도 미비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과거에도 잘못됐다고 지적된 게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러시아·몽골 등 외국과의 ‘공동협약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국제적인 차원에서 AI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쌀 생산조정제와 한·미 FTA=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지난 3일 ‘2017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통과시키기 전, 직접 본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내년에 또 쌀로 난리날 게 뻔하다”면서 쌀 생산조정제 관련예산 904억원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쌀 생산조정제가 본회의장에서 올해 말 또다시 의제로 제시된 것이다.

정운천 의원은 20일에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4년전 17만5000원이었던 쌀값이 12만8000원이 됐는데, 올라도 시원찮은 쌀값이 30%나 떨어졌다”며 “쌀 생산량이 적정 수요량 400만톤을 넘는데도 그대로 가고 있고, 쌀 비축량은 170만톤을 넘어 저장비도 800~900억원까지 올라가고,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근본적으로 생산조정제를 통해서 원래 생산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연 3만ha 정도 생산이 조정되면 어느 정도 수급이 맞다는 판단”이라고 동의했다.

또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언급됐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통상정책 기조 때문이다.

함진규 새누리당(경기 시흥갑) 의원은 같은 날,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기간 중 한국과 관련해 ‘한·미 FTA는 재앙’, ‘한국은 미국인의 일자리 킬러’ 등을 발언했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다”며 “재앙이란 의미 때문에 분명히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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