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구조는 낮은 곡물 자급률과 생산의 계절성 등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이뤄지는 외부 충격에 약한 공급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농업구조 하에서 농산물 물가 안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로, 최근 농산물 가격 인상 등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생산과 수요, 유통조직, 물적 유통기능에 의해서 농산물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부는 1994년 농안법 파동 후 UR협상 타결, 1996년 서비스 시장 개방, FTA 후속 대책 등으로 생산·유통 인프라 확충, 거점 APC 건립,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혁, 통합마케팅조직 육성, 로컬푸드 개념의 직거래 장터 확충, IT기반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과 유통·물류 효율화, 정부의 시장 보완기능 강화에 힘써 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계획’과 ‘실천’ 그리고 결과에 대한 ‘반성’이라는 사이클에 따라 그 결과를 분석·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농업인구가 고추, 마늘, 양파, 배추 등 제한된 작물 파종으로 시장가격에 따라 2~3년마다 생산량·가격이 품목별로 번갈아 가며 춤을 췄으며 더욱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산지유통인의 포전매매로 농산물 유통은 한층 더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최근 들어 학교 급식을 중심으로 국내산 농산물과 로컬푸드 선호 소비 확대로 로컬푸드 개념의 급식센터와 직거래 장터 확충, 온라인 거래를 기반으로 한 신(新) 유통채널 등 다양한 방식의 직거래 활성화가 이뤄지고 수급안정 방안으로 농업통계 정밀화와 비축물량 확대 등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통개선 대책들은 완성모델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대책에 대한 피드백의 경우 정책수립 원리가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정책도 완성모델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과 환경은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장요구에 맞춰 유통체계를 다른 새로운 것으로 이행시킬 수 있는 역량 자체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 정책들은 당장 효율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역량을 투입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뜻을 같이해 힘을 발휘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신익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상공인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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