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횟수 반으로 준데다 경매가격 생산원가도 못미쳐
생산농가 “출하하면 되레 손해”…중도매인 파산 직전

대한민국 난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까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피해 대책으로 화훼산업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난 산업 관계자들은 난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국내 난 시장은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작황 악화와 면적 감소 등으로 생산 물량이 줄었지만 생산 원가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매가격이 나오고 있고, 낮은 가격임에도 유찰되는 물량도 넘쳐나고 있다. 결국 지난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석 달도 되지 않은 현 시점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은 일주일에 두 번 하던 난 경매를 월요일 하루만 진행키로 했다. 

실제 지난 14일 난 경매 축소 발표 후 처음으로 열린 19일 aT 화훼공판장의 난 경매 결과는 최근의 난 산업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날 난 경매를 주도한 박승동 난 경매실장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 월요일 경매에 호접란 8만~9만본이 들어왔다면 이날은 5만본에 그쳤고, 1만본 들어온 심비디움도 5000본 정도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난 품종인 철골소심의 경우 농가 생산원가로 분석되는 1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6000~7000원에 경매가가 형성됐다. 시장 반입 동양란 중 절반 정도의 물량은 유찰되기도 했다. 

박승동 aT화훼공판장 경매실장은 “농가들은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해 출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고, 중매인들은 매출이 급감해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있다”며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대로 대한민국 난 산업은 회생할 수 없는 지경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난 경매 전날이었던 18일 aT 화훼공판장을 찾아 난을 비롯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크게 위축된 화훼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청탁금지법 이후 화훼시장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며 “화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 3월까지 화훼산업 5개년 종합발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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