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오렌지 수입이 크게 늘면서 과일·과채류값이 폭락하는 등 우리농업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올 4월까지 오렌지 수입량은 6만6천5백톤으로 지난해 동기의 2만3백톤보다 227.9%나 늘었고(농림부 통계), 5월들어서도 중순까지 1만5천여톤이 추가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10만톤을 넘어설 것이라는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오렌지는 UR협상에 의해 감귤과 같이 이중관세양허품목으로 지정돼 시장접근물량(올해 3만8천톤) 이외의 물량은 고율관세(2000년 현재 69.6%)를 물어야 함에도 이처럼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미국의 작황호조로 관세를 부과하고도 99년의 절반가격에 불과한데다 높은 당도등으로 국내 소비가 늘어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상인들까지 수입에참여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어떻든 이러한 오렌지 수입 폭증으로 인해 국내 감귤을 비롯한 사과·배 등 저장과일류값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머무는 등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있고, 딸기·토마토·참외·수박 등 신선과채류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농산물 값 폭락은 국내 생산량 증가와 품질 등의 이유도 있지만,수입오렌지가 싼값과 높은 당도 등 품질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면서소비가 대체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문제는 오렌지 수입 급증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관세가 계속 낮아지면서(2004년 이후는 50%) 그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데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농협 등은 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촉진캠페인이나 농·소·상·정 유통협약 등의 대책만 내세울 뿐 수입오렌지를 어떻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웬일인지 지난해 중국산 마늘 수입급증으로 피해를 본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농협의 요청으로 정부가 잠정긴급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발빠른 대응이 이번 미국산 오렌지 수입에대해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어떻든 미국산 오렌지 수입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방치할 경우 과수·과채류 농업의 붕괴는 물론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이 나라 농업 전체가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오렌지 수입으로 인한 국내 과수·과채류 농가의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에 들어가고,이를 바탕으로 긴급관세를 부과하는 대책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와 함께 과일·과채류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재배면적 조정,품종개량, 생산비 절감, 품질 개선, 유통체계 개선 등의 구조조정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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