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방역 당국이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AI가 발생하고 살처분 매몰 마릿수가 2000만 마리에 육박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며 산란계를 중심으로 복합적인 차단·방역 대책을 세우고, 산란계 수입 등의 수급 안정 대책 추진에도 나섰다.  

살처분 2000만마리 육박
H5N8형 바이러스까지 검출
소규모농장 장기간 잔존
복합적 방역대책 마련 시급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기 안성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올해에는 사육 농가에서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고 가금 사육 814 농가 1939만 마리를 살처분 매몰 처리해 2385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현재 확산 중인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와는 반대로 오리에서는 임상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거래상 계류장과 가든형 식당, 소규모 농장에서 장기간 잔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에서 두 가지 형태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된 것은 처음으로, 이에 대한 복합적인 차단·방역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피해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방역 당국은 복합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19일에 개최된 가축방역심의회에서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산란계 농장의 방역대 내 알 이동 금지, 식용란 수집판매업소 소유 계란창고 세척·소독, 알 운반차량 세차증명서 휴대 의무화 등을 추진한다.

특히 이번 고병원성 AI가 산란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관련 전국 35개 보호지역 내 산란계 농장의 계란 외부 반출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식용란 수집판매업소 소유 창고에 대해 세척·소독·건조하며 보관 중인 팔레트와 화판 교체 및 침지 소독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역 당국은 고병원성 AI 확산이 장기화되고 살처분 매몰 마릿수가 2000만 마리에 육박하자 산란계 및 계란 수입과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 홍보 등의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놨다. 특히 이번에 가장 피해가 큰 산란계는 산란 종계와 실용계를 수입하도록 유도하고 항공운송비를 지원을 추진한다. 또 계란도 항공 운송비와 긴급할당관세(관세율 27%), 검사 기간 단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해서는 소비 홍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자 단체에서는 이 같은 방역 당국의 수급 안정 대책에 대해 전시성 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산란계 수입방안은 오히려 소비자와 생산자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계란 수급이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 정부와 언론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정부는 산란계 수입 등의 수급 대책 발표보다는 AI가 더는 퍼지지 않도록 차단·방역에 더욱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비·홍보와 관련해서도 형식적인 홍보보다는 국민이 닭고기 믿고 먹을 수 있는 홍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효진 육계협회 부장은 “닭고기의 경우 출하 전 검사와 도계장 검사 등을 통해 원천적으로 AI가 발생한 닭고기는 상품화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시중에 판매되는 닭고기가 AI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해 소비·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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